‘딸 바보 사위’ 앗아간 한화 성토
“작년 사고 트라우마로 고통받아”
정확한 원인규명, 책임자 처벌 필요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젊은 생을 마감한 김 모(32) 씨가 생전 어린 딸에게 만들어 준 김밥. 김 씨 유족 제공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꿈 많은 청년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중에는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등진 고(故) 김 모(32) 씨도 있다. 지난 15일과 16일 오후 김 씨의 빈소에서 만난 장인 A 씨는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A 씨는 사위를 ‘딸 바보’로 기억했다.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아내의 고단함을 덜어주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어린 딸에게 ‘웃는’ 표정을 넣어 김밥을 싸주는 자상한 아빠였다. A 씨는 “아이가 아빠 껌딱지였다. 방금도 아빠를 찾았다”며 “손녀한테는 아빠가 회사에 나갔다 아직 안 왔다고 했다. 그런데 손녀가 잠을 자다가도 아빠를 찾아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 씨에게 사위는 한 달에 3번 정도 아내, 손녀와 함께 찾아와 인사를 할 정도로 성실한 사위이자 아들 같은 존재였다. A 씨는 사위가 대견한 마음에 자신이 타던 승용차를 선뜻 선물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한다. 10년 넘게 한 차량을 몰았던 사위의 안전이 걱정돼서다.

김 씨는 지난해 대전공장 폭발사고 이후 정신적으로 힘들어 했다. A 씨는 “지난해 사고 후 사위가 트라우마를 겪었다”며 “‘꿈에 동료들이 보인다’고 고통을 호소했고 치료약도 한동안 먹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업장의 안전에 대해 염려가 많았다고 한다. A 씨는 “사위가 특히 폭발물 보호장구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낙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사위가 세상을 등졌다. 한화 대전공장에서 수 개월 만에 또다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해서다. 지난 14일은 이들 가족의 하늘이 무너진 날이다. 사고현장을 둘러본 A 씨는 전직 재난 담당 공무원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덧대 과거 사위가 말했던 걱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첨단무기를 만드는 곳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현장의 안전 환경이 열악해 보였다”며 “펴보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이, 돈 밖에 모르는 XX들한테 희생당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A 씨는 변화와 개선이 없다면 이 같은 비극은 또 일어날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이를 통해 안전한 근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정부가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똑같은 기업에서 사고가 반복됐다. 결국 말뿐인 수박 겉핥기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든다”며 “그렇기에 다음부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화그룹과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시장이 폭발사고와 관련해 인터뷰로 언론보도만 탔을 뿐 빈소조차 방문하지 않았다. 구청 직원들은 ‘동향파악 정도 하고 있다’고 말해 화가 났다.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A 씨는 일침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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