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성현이나 경세가들의 화술을 통해 격조 있는 화술의 지혜를 배워보기로 한다.

▲ “안회는 하나를 알면 열을 알지만 저는 둘을 알 뿐입니다.”

공자께서 어느 날 제자인 자공에게 물었다. “너와 안회 중에 누가 더 낫다고 여기느냐?” 그러자 자공이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聞一以知十)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聞一以知二)"라고 대답하였다. 위의 대화내용은 논어의 공야장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의 제자인 안회와 자공 모두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드는 수제자이다. 그 중에서 안회는 공자가 후계자로 삼고자 할 정도로 뛰어난 제자였다. 자공은 같은 문하생이지만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한 안회에 대하여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기는 둘밖에 모른다’라고 하여 스승 앞에서 안회의 뛰어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는 한껏 낮추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聞一以知十)는 것은 처음(一)을 들으면 그 끝(十)을 안다.’ 즉 처음을 들었는데 전체를 두루 통달한다는 뜻으로서 천재라는 말이다.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안다(聞一以知二)는 것은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아는(聞一以知一) 보통 단계보다는 높은 단계를 말한다 하겠다. 그러니까 자공은 안회를 천재로 평가했고 자기 자신은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그대로 보통보다는 좀 월등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자공의 화술을 보자. 자공은 상대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능력을 낮추는 겸손함의 화술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聞一以知二(문일이지이) 즉 자신의 실력은 보통 이상은 된다라 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도 당당하게 평가하였다. 이는 겸손함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화술이라 하겠다. 그렇다. 지나친 겸손은 예가 아니다(過禮非禮) 하였다. 겸손함 속에서도 자신의 당당함도 나타내는 화술의 지혜가 필요하겠다. 보통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남의 능력은 과소평가하려 한다. 또한 남의 능력에 대해서는 시기질투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 그리고 남의 뛰어난 능력은 높이 평가하는 도량을 지녀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말하는 화술에는 무언지 모르게 어색함과 가식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대인관계에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렇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말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서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겸손한 사람, 도량 있는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다.

 

▲ "너는 동쪽 집에서 아침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던데 나하고도 한 번 놀아보면 어떻겠느냐?"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개국하였을 때이다. 고려왕조 출신 공신들 몇몇이 기생집에 모여 술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 흥에 겨워지자 한 공신이 술에 취해 기생 설매에게 수작을 부렸다. "내 듣자 하니 너는 동쪽 집에서 아침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東家食 西家宿)던데 나하고도 한 번 놀아보면 어떻겠느냐?" 그러자 설매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좋지요! 저는 나으리 말씀대로 동가식 서가숙 하는 천한 몸이지요. 대감께서도 왕씨를 섬겼다가 다시 이씨를 섬기는 몸이니 같은 사람끼리 노는 것도 격에 맞는 일이겠지요." 그러자 그 대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은 물론이고 곁에서 듣던 다른 대신들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한다. 신의(信義)를 저버린 자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 기생 설매의 통쾌한 반격 화술이다. 그렇다. 때로는 반격화술로써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화술의 지혜가 필요하다.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의 고사성어를 살펴보겠다. 옛날 제나라에 혼기가 찬 처녀에게 한꺼번에 두곳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에 있는 집의 총각은 인물은 형편없었으나 집안이 부유했고 서쪽집의 총각은 미남이었지만 집안이 가난했다. 처녀의 부모는 딸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물었다. "만일 동쪽의 총각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왼손을 들고, 서쪽의 총각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오른손을 들거라." 처녀는 망설이다가 두손을 다 올렸다. "낮에는 동쪽 집에 가서 먹고 남에는 서쪽 집에서 자고 싶습니다."(東家食 西家宿)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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