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김영훈 작가,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요즈음 대전 도심은 온통 현수막 물결이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확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은 데 대한 것으로, 시내버스 광고판도 도배를 한 듯하다. 오랜 숙원이 일시에 해결돼 대전의 미래에 서광이 깃든 분위기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들뜬 분위기만은 아니다. 트램 건설에 대한 의견이나 수용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숙원사업이 확정된 건 다행스럽지만 “대전의 미래를 위해 트램은 아니다”라는 편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지금도 도로 사정이 열악한 데 트램 왕복 두 차선이 그 좁은 노폭을 잠식해 버리면 상상할 수 없는 교통 정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언론 역시 일단은 환영할 일이지만 찬반론과 함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트램 건설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정치인과 새로운 역세권을 형성해 부동산 경기가 부양될 걸 기대하는 지역민이다. 반대하는 쪽은 대전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들이다.

찬성 쪽은 트램 건설비가 지하철에 비해 많이 절감되고, 공사기간도 짧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1996년 지하철 2호선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된 후 23년간이나 지지부진했었는데 트램은 이를 단박에 해결해 2021년 공사를 시작해 2025년이면 완공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반대하는 쪽은 트램이 대전을 ‘교통지옥’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이유로 들고 있다. 평균 시속 50㎞ 이상 달리는 지하철의 쾌속성에 비해 트램은 지상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느릴 수밖에 없다. 운행 속도가 시내버스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프랑스 파리 트램의 경우 시속 17~18㎞, 중국 난징이 12~13㎞, 선양이 17~23㎞로, 현재 우리나라 시내버스 운행속도가 시속 20㎞ 안팎이니 트램 속도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상습 정체구간인 테미고개나 유천동 네거리, 도마동 네거리를 지나 진잠 쪽으로 교통 정체의 비좁은 틈을 뚫고 헉헉거리며 달릴 트램을 상상하면 숨이 막힌다.

우리가 도시철도를 건설하려는 이유가 있다. 교통 혼잡에서 벗어나서 쾌적한 현대도시로 거듭나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트램으로 인해 오히려 불편이 야기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각 도시가 시도한 트램 건설에 대한 현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시장의 트램 건설 공약이 백지화됐고, 수원도, 성남도 많은 문제점 때문에 트램 건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용인 경전철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현재로선 관광자원화하려는 부산시의 ‘오륙도선’만이 예타에서 적합성을 인정받은 정도다.

상대적으로 이번엔 지하철 건설의 모범 사례를 들어본다. 이웃도시 광주의 경우다. 정치적 상황이나 여건이 대전과 같은 건 아니지만 광주는 지하철 2호선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2023년 1단계 구간이 완공될 예정이란다. 광주는 도시 규모가 대전과 비슷하다. 인구와 시세(市勢)도 그렇다. 그런데도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을 지하화하지 못했다. 23년간이나 표류하다가 이제야 예타가 면제된 상황에 트램 건설의 첫 삽을 뜨려 하고 있다.

이미 트램 건설이 확정된 마당에 뒷북을 치는 일이지만 대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다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트램을 건설하려다 중단한 서울, 수원, 성남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 아니다. 광주 지하철 2호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정말 대전의 100년 후를 생각한다면 트램은 아니다. 자연이 우리의 것이 아니고, 잠시 빌려 쓰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처럼 대전도 우리 것만은 아니다. 후손에게 쾌적한 대전, 편리한 교통체계를 물려줘야 한다. 세계 제일의 트램 도시인 호주 멜버른도 트램보다 메트로를 이용하는 시민이 34%나 많단다. 유럽형 트램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곳 역시 트램이 사양화되고 있다. 일본도 트램을 기피하고 있다. 이렇게 효율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 트램 건설이 대전에서 강행된다면 그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첫 삽을 뜨기 전에 트램 건설이 대전을 위한 축복인지,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는 일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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