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기 판단 우선에도 갈등 빈번
의료진, 환자 동의서 절차 개선돼야
DNR, 연명의료결정 중간지점 찾아야

#. 충남대병원에서 복막투석을 받고 있던 신생아의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위해 해당 의료진은 윤리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의료진의 임종기 판단에 따라 회복이 어려운 신생아의 복막투석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는 항목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4가지 항목밖에 없는 탓에 복막투석 제거 여부가 윤리위원회까지 회부된 것이다. 충남대병원 윤리위는 복막투석을 혈액투석의 종류로 보고, 결국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1년 동안 현장에선 크고 작은 혼란들이 있다. 위 사례는 결국 윤리위원회의 소신 있는 판단으로 이행이 결정됐지만 의료진의 판단과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중단이 결정이 돼도 제도의 미비 탓에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보건복지부는 제도를 손질해 내달 28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개정안’을 시행한다. 4개뿐이던 결정 항목도 앞으로는 체외생명유지술(ECLS: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가 추가됐다. 또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하거나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복잡한 절차로 인한 비효율적인 시스템 등 개선돼야 할 점은 더 있다. 오랜 기간 투병해온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제도를 이용해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의료진과의 마찰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에게 받아야 하는 동의 과정이 너무 많아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임종직전 보호자가 동의하는 DNR(심폐소생술 금지)과 연명의료중단 이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장에선 이 두 가지 제도의 중간지점을 찾아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DNR은 법정서식이 없고, 의료진과 보호자 간 일종의 약속으로 가족이 아니어도 1명만 동의하면 되는 반면 연명의료중단은 담당의사(전공의)와 전문의의 동의를 받은 후, 환자나 보호자에게 연명의향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 사전연명의향서를 써놨어도 담당의사가 별도로 연명의료중단 이행서를 또 써야 이행을 할 수 있다.

충남대병원 이주선 간호사는 “DNR은 가족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서식이 정해져있지 않는 등 보완돼야 할 점이 있는 반면 연명의료제도는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할 정도로 서류 챙기다가 이행하지 못하거나 동의를 받지 못해 심폐소생을 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환자에게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DNR과 연명의료제도의 중간지점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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