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쁨' 시 휴업 방침에 "애는 누가 돌보나" ... 국민청원도 등장

#. 미세먼지가 심한 날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에서 휴업이나 수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됐지만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박 모(34·대전 서구) 씨는 달갑지 않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유치원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일 때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 시행령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본격 시행됐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유치원과 학교가 쉬게 된다는 건데 아이 보낼 곳이 마땅찮은 부모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시행령안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각 시·도지사는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 휴원·휴업이나 보육시간·수업시간을 단축하라고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녀들이 휴업이나 휴원하는 경우 부모가 시차 출퇴근,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으로 일하도록 소속 직장에 권고하는 조항도 마련됐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맘카페에서도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맘카페에는 ‘법으로 만들었으니 무조건 지키라는 것이냐’, ‘부모들은 직장에 있는데 아이들은 누가 돌보야 하느냐’ 등의 글들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부모들의 직장은 문을 안닫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어쩌라는 거냐”라는 글을 게재했고, 또 다른 학부모는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시기가 3월부터인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계속되면 매일 휴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관련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청원인은 “아이들의 여름과 겨울방학 때 반강제적으로 휴가를 쓰고 아이가 아픈 경우를 대비해 연차를 남겨놓고 전전긍긍한다”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업종도 아니며 시간제 근무 및 탄력근무는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탁상행정은 그냥 일하지 말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라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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