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 무색한 평범한 교육…멀고 먼 인재양성
무너져가는 벤처 생태계 “1~2세대 이후 명맥 끊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전을 방문,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을 천명했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전국 최대 규모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데 더해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혁신 성장의 거점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의지다. 같은 맥락에서 허태정 대전시장도 과학기술 인프라를 통해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 주체인 스타트업을 2000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특별시’로의 도약이라는 원대한 꿈과는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열악한 연구 환경으로 출연연은 단기적인 연구 성과에 목을 매고 있는 데 더해 대전은 이미 벤처기업을 운영하기엔 볼모지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7편을 통해 지역 내 과학 교육의 현실과 창업 전선에 나선 청년들의 수난사를 조명하며 ‘과학도시 대전’의 현주소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본다. 편집자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회, 경제 등 우리의 실생활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심엔 과학의 발전이 있었다. 일찍이 세상을 뒤바꾼 거대한 변혁 물결의 중심엔 늘 과학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화(1차),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2차),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 생산시스템(3차)으로 변천을 거듭, 이제는 인공지능(AI)·로봇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4차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대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특별시’ 브랜드를 앞세워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해야하는 대전에선 그 어느 분야보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과학도시라는 지역의 특색이 무색하게도 현실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전시교육청이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활성화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부터 스마트 가상 진로교육을 통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 활동, 창의성과 기업가 도전 정신을 함양하는 창업 체험교육을 실시하곤 있으나 이미 이러한 흐름은 타 시·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난관은 고교 현장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경쟁을 제거하는 평준화 교육에 매몰된 나머지 인재 양성은 뒷전이고 미래가 아닌 대학입시에 최종 목표를 두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선 4차산업혁명의 내일을 그리기 어렵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가 사실상 나오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정해진 정답을 찾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생각을 키우며 능동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기반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역적 메리트를 활용하고 있지 못한 교육 현장과 함께 청년들의 창업 여건 또한 열악하다. 창업이라는 험지에서 성공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수난사는 이어지고 있다. 박찬구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은 “대덕특구의 벤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벤처 1~2세대는 비교적 견고하지만 신규 벤처기업인이 유입되지 못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강정의·이준섭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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