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마을 지나 침엽수길 걷다보면
성치산 오르막길, 포기하고 싶다가도
정상 오르면 섬들의 향연 벅찬 감동
수몰민 남모를 아픔 서린 찬샘정 지나
종점 다다르면 지나온길 돌아보게 해

 

대청호오백리길 2구간은 담백한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이현동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의 장점은 걷는 동안 크게 어렵지도, 그렇다고 마냥 순탄하지도 않아서 보는 재미와 걷는 활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구간 출발지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밭에서 나는 연기다. 논두렁에서 불을 피워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카미유 피사로의 ‘서리 내린 밭에 불을 지피는 젊은 농부’가 생각난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는 안개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어서 자칫 겨울의 싸늘함을 느낄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따스함을 주고 있는 듯했다. 농사를 준비하는 건 봄이 오고 있는 신호니까 말이다.

이현동의 시골길을 걷다보니 정자 하나가 앉아 쉬다 가라고 부른다. 냉큼 가서 앉아보니 이번엔 대청호 전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넘실거리는 호수 뒤로 산들이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움직이는 수묵화 한 점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오기 전 생명의 태동이 꿈틀거리면서도 겨울나무의 앙상한 가지가 대비되는 것이 꽤 흥미롭다.

 

 

대청호를 보느라 넋이 나갔던 것일까 시간이 많이 지체되자 발길이 급해진다. 걷기에 충실해질 시간이다. 농촌체험마을로 유명한 찬샘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니 숨이 가빠진다. 침엽수림을 열심히 걷다보면 작은 터가 나오는데 그 구간을 지나면 성치산이 보인다. 성치산은 낮아 보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성치산성이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체감경사 70도는 돼 보이는 성치산성 오르막길은 마치 이곳을 쉽게 넘보지 말라는 자연의 목소리를 담은 듯하다. 성치산 정상부에 있는 테뫼식 석축산성인 성치산성 정상에 오르자 대청호 절경이 한 눈에 보여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부분 허물어져 본래의 모습을 잃었지만 서남쪽 능선을 방어하기 위해 쌓여진 커다란 돌들이 옛 조상들의 숨소리를 전해주는 것 같다.

산성에서 내려와 냉천종점까지 걷는 길은 산책에 가깝다. 길어봐야 한 시간 내외인 이 구간은 숨고르기도 좋고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걷기 좋다. 어쩌면 아쉽게 느껴질 2구간의 구불구불한 길이 끝난다고 하니 더 보고 가라고 마지막까지 붙잡는 것일지도 모른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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