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었어/ 나에게 모든 계절은/ 숨 쉬고 있지만/ 항상 멈춰 있는 듯이/ 그 어느 날/ 내가 예상할 수 없던 날/ 내 앞에 꽃을 들고 서 있던/ 너를 만나게 되어/ 난 너로 채워져 가/ 날 비우면 비울수록/ 내가 겨울을 닮았을 때/ 마치 넌 봄을 닮았었어/ 난 너로 채워져 가 (부활 '꽃' 가사중에서)

◆ 호반따라 걷는 찬샘마을길, 겨울 속을 걷다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의 시작은 1구간의 끝인 이현동 두메마을부터다. 24절기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우수(雨水)가 지났으나 땅에는 아직 온기가 부족한 탓에 이현동생태습지공원에는 거대억새만이 제 잘남을 뽐낸다. 훈풍이 불기 시작한다면 1구간에 있는 이촌지구, 강촌지구 습지보다 큰 이곳은 다양한 수생식물인 수련과 청포, 부들, 미나리 등의 초록 생명들이 돋아나며 생기로 가득해 질 것이다.

봄날의 아름다울 이현동생태습지공원을 상상하며, 억새 뒤로 보이는 대청호의 시린 푸른빛을 동력 삼아 첫 번째 체크포인트인 찬샘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길 초입에서 만난 겨울나무

 

찬샘마을은 농촌체험의 학습의 장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도시민들이 자녀와 함께 많이 찾는 곳이며 1박2일 촬영 이후 더욱 각광받고 있다. 봄이면 산등성이를 가꾸어 넓게 조성된 매화꽃이 만발해 더욱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주기도 한다. 찬샘마을은 과거 ‘피골’로 불렸다. 피골이라는 마을 이름은 후삼국시대 후백제 견훤의 군사와 신라가 노고산성에서 크게 싸워 피가 내를 이뤘다는 데서 기인한다. 피골은 후에 동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할 때 ‘기장 직(稷)’자를 써 직동(稷洞)이라 했다고 한다. 훗날 마을 사람들이 마을 이미지에 좋지 않은 것 같아 냉천수가 많이 나오므로 ‘찬샘마을’로 바꿨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줄지어 있는 섬들이 우리를 다독이는 듯 하다.

 

 

이제는 두 번째 체크포인트 성치산성을 향한다. 대전시 기념물 29호인 성치산성은 해발 210m의 성치산 봉우리에 있는 산성으로 둘레가 160m에 불과하다. 그러나 높지 않고 크지 않다고 해서 만만히 여길 곳은 아니다. 가는 길이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기 때문이다. 자칫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딛는 날엔 주룩하고 뒤로 밀릴 정도다. 비록 어렵고 험난한 길이지만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 힘듦은 희열로 바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장관이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누군가 그렇게 힘들여 올라가도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거길 왜 가냐고 묻지만 정작 이 희열을 한 번 느껴본 사람이라면 다시금 산을 오르게 되듯 이 곳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또 하나 성치산성으로 가는 길, 잠시 쉬어갈 기막힌 장소가 있다. ‘대청호 전망 좋은 곳’이라 일컫는 이곳은 탁 트인 호수를 눈앞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좋은 쉼터다.

성치산성을 내려와 이제는 세 번째 체크포인트인 ‘찬샘정’을 향해 걷는다. 대청호가 수몰되기 전의 옛길을 따라 푸르고 맑은 대청호를 바라보면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향비가 세워진 찬샘정에 도달하면 2구간이 끝나간다는 의미다. 2구간 마지막인 냉천 버스종점까지 약 1㎞이나 잘 정돈된 길을 따라 대청호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다다를 수 있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조길상·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코스요약>
이현동 두메마을 → 호반길 → 찬샘마을(아랫피골) → 부수동 → 전망대 → 성치산성 → 윗피골(성황당고개) → 찬샘정 → 직동 냉천버스 종점

[걸음 포인트]

◆찬샘마을
대청호 주변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으나 녹색 농촌체험마을,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된 이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마을로 탈바꿈했다. 감자, 고구마, 고추 등을 파종·수확할 수 있는 작물체험과 매실, 복숭아, 포도, 밤 등을 수확해 볼 수 있는 과일체험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직접 할 수 있다. 곤충 체험, 개구리체험, 동물체험, 공예체험 등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성치산성
계족산에서 북동쪽 6㎞ 떨어져 있는 해발 210m 높이의 성치산 정상부에 약 160m 둘레 규모로 쌓은 소규모 테뫼식 석축산성이다.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져 본래 모습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서쪽 성벽은 완전히 붕괴돼 성벽의 통과선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찬샘정
예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얼음처럼 찬 샘물이 흐르는 ‘찬샘’이 있는 마을이라 ‘찬샘내기’라고 불렸다. 그러나 이 지역은 대청호 조성으로 인해 수몰이 됐고 이 마을에 살던 실향민들의 마음을 달래고자 찬샘정을 만들었다.

◆교통편
대중교통
61번 [대전대학교종점-새울-판암역-비룡동입구-금성마을-주산동·상촌-원주산·양지말-추동-마산B지구-원마산-냉천골종점]
자가용 이용시 - 대전 대덕구 이현동 187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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