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법 위반 소지 없어 공포 / 시민단체 “독단적 행태 안타까워” / 도의회 “색안경 끼고 볼 일 아냐”

충남도의회가 지역주민 민원 청취와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제정한 ‘지역민원상담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공포됐다.
민원상담소가 도의원의 또 다른 ‘지역구사무실’에 불과하고 주민 혈세로 운영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재의(再議)를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조례 폐지 촉구 등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도는 20일 지역민원상담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도보에 게재하는 것으로 정식 공포했다. 조례는 공포 즉시 효력을 갖는다.
도의회 김형도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논산2)이 제안한 이 조례는 천안 3곳, 아산 2곳, 나머지 13개 시·군에 1곳씩 모두 18개 지역상담소를 설치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가, 퇴직공무원, 의회 의원 등을 상담사로 위촉해 예산 범위에서 수당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1월 31일 열린 제30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39명 중 찬성 24표, 반대 9표, 기권 6표로 원안가결됐다.
의회로부터 조례안을 넘겨받은 도는 내부 검토와 소관 중앙부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조례안에 법률상 하자나 법률위반 소지가 없다고 결론짓고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공포했다.
도 관계자는 “해당 조례안에 대해 반발여론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집행부는 이송된 조례안이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뿐”이라며 “법위반 소지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조례안을 공포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원상담소 설치조례에 우려와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도의회가 진정성 있게 주민 의견을 듣고 해결하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도의원 스스로 나서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각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대한 세금을 들여 상담소를 설치하고 상담사까지 배치하려는 독단적 행태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선한 뜻이라해도 주민 동의 없이 상담소 설치를 강행한다면 지역 전체적으로 득 될 게 없다”면서 “특히 퇴직공무원 등의 자리보전 창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담사 위촉 등 운영방식을 면밀히 살펴 향후 상담소 및 조례 폐지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형도 운영위원장은 이같은 반대여론에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볼 일은 아니다”며 거듭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역 민원인들을 위한 상담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조만간 각 의원들을 통해 상담소 설치 등에 드는 경비를 취합, 예산에 반영하겠다”며 “늦어도 하반기면 상담소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의원들이 조례안 표결과정에서 반대표 던진 것을 의식한듯 “동료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담소가 필요치 않다고 하는 지역에는 설치하지 않겠다”며 “각 의원들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므로 상담소 유무로 인한 지역간 형평성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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