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29개교에 일본인 학교장·제국주의 연상 사진
친일인사 교가도 … 道교육청 일제 잔재 청산 나서

충남 일부 학교에 걸려있는 일본인 교장 사진. 충남교육청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이들 사진을 3월 이전에 모두 철거하도록 했다. 충남교육청 제공

올해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충남지역 상당수 학교에는 아직까지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남아있어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남교육청이 일본인 교장 사진에 대한 철거 지시를 내리는 등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ㄴ [충남도교육청 일제잔재 청산 나섰다] 일본인 교장 사진 3월 이전 철거...친일인사가 만든 교가 폐지 권고

충남도내 학교에 일제 잔재가 현존하고 있는 학교는 140여 개교. 전체 학교수가 713개교임을 감안하면 20% 가량이 일제 잔재 청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일제 잔재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 학교장이나 일장기 등 제국주의를 연상케 하는 사진들이 공개된 장소에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이다. 충남교육청이 지난달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내에 일본인 학교장 사진이나 제국주의를 연상시키는 사진이 걸려있는 학교는 모두 29개교(초등학교 23교, 중학교 1교, 고등학교 5교)였다. 이들 사진이 걸려 있는 장소는 학교 중앙현관이나 계단 벽면, 복도 등 공개된 장소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일본도를 찬 일본인 교장 사진이나 군복을 입은 일본인 교사 사진 등이 아직까지 걸려 있는 곳도 있다.

김지철 교육감은 “교내에 사진을 게시하는 것은 누군가의 표상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일본인 교장은 그 표상이 될 수 없다”며 “일각에서는 일제 강점기 교장도 학교의 역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조선총독 사진을 청와대에 게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철거지시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친일 인사가 작사 작곡한 교가도 31개교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경성 후생실내악단에 참여해 ‘대일본의 노래’를 지휘했던 김성태가 작곡한 교가를 11개 학교가 사용하고 있고 국민총력 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을 지낸 이흥렬이 만든 교가도 6개 학교에서 여전히 부르고 있다. 메이지 송가 등을 연주했던 김동진과 친일전향 성명을 발표하고 ‘후지산을 바라보며’ 등을 작곡한 현제명이 쓴 교가도 각각 3개교에 남아있다.

‘지원병을 보내며’ 등을 작사한 이원수를 비롯한 7명의 친일 인사가 작사한 교가는 8개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학교생활 규정 중에는 ‘백지동맹’이나 ‘동맹 휴학’ 등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 당시 학생들을 탄압하고 처벌하기 위한 용어를 상당수 학교에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고 교훈에서는 ‘성실’, ‘근면’ 등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종토록 하기 위한 단어를 상당수 학교가 쓰고 있다. 이밖에 한자를 형상화한 학교 상징과 일본어나 일본식 한자어 표현 등이 학교 수업 등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식민지 시대 잔재 청산을 통해 미래 100년을 위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포=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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