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촌동 도시재생뉴딜사업 본격 시작/"40년 장인기술, 청년들에게 전수 목표"/ 맞춤거리상점상인연합회 김옥희 회장 인터뷰

대전 중구 중촌동 패션맞춤거리는 반세기 전 작은 원단가게에서 시작됐다. 삶이 버겁던 그 시절 잠시나마 옷을 해 입는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가던 그곳은 원단가게를 중심으로 100여 개의 의상실, 바느질 가게 등이 생기며, 대전의 패션산업을 이끄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기성복이 주류를 이루면서 거리도 활기는 점차 사라졌다. 현재 맞춤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은 30여 개 뿐, 모진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40여 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이제 그 시간이 증명하는 ‘장인’이 됐다.

맞춤거리의 장인들이 다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닌 재생에 초점을 맞춘 그들은 40년 장인기술을 청년들에게 전수해 지역의 패션산업을 다시 한 번 이끌겠다는 각오다.

중촌동 패션맞춤거리상점상인연합회는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에서 지원하는 뉴딜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패션산업 플랫폼과 청년창업 인큐베이터를 통한 의류 관련 청년창업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40여 년을 지켜온 장인들의 기술을 청년들에게 전수해 맞춤 패션산업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심산이다.

패션맞춤거리상점상인연합회 김옥희 회장은 “맞춤거리 활성화는 결국 젊은 사람들이 다시 찾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 패션관련과가 있는 청년들의 문제를 생각해봤다. 이곳에 있는 분들 모두 경력이 30~40년 이상된 장인이기 때문에 기술을 전수하고, 이 맞춤거리 전체를 물려주자는 마음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30여 년 한 길만 걸어왔다. 김 회장은 “힘든 때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고, 일을 하면서도 정말 행복했다”며 “손님들도 옷을 하러 올 때는 예쁜 옷을 입는다는 설렘으로 오고 나 역시도 예쁜 옷을 만든다는 기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기성복으로 분명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이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근거로 맞춤옷은 “틈새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던 손님들이 IMF 이후, 백화점이 아닌 맞춤의상실을 찾게 됐고, 그 이후로는 문화예술의 저변확대가 되면서 합창단 등 단체 드레스 맞춤주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기성복 확대가 분명 위기였으나 시대가 변하는 만큼 문화예술도 활성화되면서 단체맞춤, 또는 드레스 등의 수요가 늘었다”며 “대전만해도 마을합창단이 50개가 넘고, 교회, 오케스트라 등 시니어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곳을 많이 찾는다. 이곳에 남아 계신 분들 처음에는 모두 어렵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두 자가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틈새시장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뉴딜사업이 본격 시행되면 그는 디자인은 하지만 옷을 만들 줄 모르는 디자이너가 없게 아낌없이 전수할 계획이다.

그는 “오랜 시간 뿌리처럼 이 일만 해온 분들이 귀한 자산을 내어주는 일”이라며 “편견 없이 이 일을 정말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져 이 거리가 다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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