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 감방 안에서 30여명이... 유관순 이야기 다룬 영화 '관심 집중'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침탈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을 되새기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관순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일대기 형식이 아니라 유관순이 3·1 만세운동 이후 고향인 충남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 감옥 '여옥사 8호실'에 갇힌 후 1년여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관순이 3.1 운동 1주년을 맞아 옥사에서 다시 만세운동을 주도한 사실이나, 함께 갇힌 8호실 여성들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이다.

영화는 시대의 차가운 공기와 조선의 독립에 대한 유관순의 뜨거운 신념을 동시에 담아냈다.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시대상을 재연했다. 특히 세 평도 채 안 되는 서대문 형무소 감방 안에서 30여명이 수감된 광경은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다 같이 앉을 수도 없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수감자들은 다리가 붓지 않기 위해 온종일 빙빙 돌고, 잠도 번갈아 가며 잔다. 속옷도 없이 옷 한 벌로 사계절을 나고, 서로를 감싸 안으며 차디찬 냉기를 견뎌낸다.

그토록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지탱해준 건 연대의식이다.

자신이 주도한 만세운동 때문에 부모를 잃은 유관순 역시 갈등하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의 곁을 지켜주는 8호실 동료들이 있어 신념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일제 탄압에 끝까지 맞선 유관순은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1920년 9월 28일 방광 파열로 옥중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영화 속 옥중 장면은 흑백이다. 잿빛 스크린은 차가운 냉기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지닌 유관순과 그 주변 인물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상영 시간 내내 차가움과 뜨거움이 맞부딪치며 공명한다. 흑백 영상은 한편으로는 끔찍한 고문 현장을 필터로 한번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관객을 위한 감독의 배려다. 고아성은 유관순 그 자체로 보인다. 진정성 있는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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