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3 방송 캡처

 

고등래퍼3가 첫 방영을 시작했다. 쇼미더머니 시리즈로 힙합은 국내 음악계에 주류 음악으로 분류될 정도로 크게 성장했고 앞으로의 국내 힙합계를 이끌어갈 유망주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도는 어느 시즌보다 높았다.

가장 눈에 띈 참가자는 역시 여고생 래퍼들이었다. 학년별로 팀을 나눠 서로가 첫 대면하는 자리에선 1학년 참가생 중 교복을 입고 학생같이 앳된 모습으로 친구들과 인사한 이영지가 돋보였다. 같은 학년 친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깊은 바다 갚은 파란 머리, 짙은 선글라스, 화려한 목걸이와 패션 등에서 단연 눈길이 갔다. 1학년에선 송민재가 가장 먼저 회면에 노출됐고 강현준, 옥가향이 뒤이어 들어왔다. 다음으로 이영지가 들어오자 이들은 모두 그에게 집중하며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이영지는 그들의 화려한 패션 등 때문인지 연신 “너네 다 고1 맞지? 멘토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강현준은 인사 대신 “(교복) 넥타이를 너무 많이 맨 거 아니냐?”고 했고 옥가향은 “힙합은 넥타이 풀어야지”라며 이영지의 상대적으로 점잖은 옷매무새를 지적했다.

뭔가 크게 느낀 듯한 이영지는 감탄을 내뱉고 “어디서 배운 거냐. 그런 힙합”이라고 묻자 이들은 “유튜브에서 배운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집에서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자퇴했다”는가 하면 “난 공부 안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영지가 수학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자 송민재는 “넌 힙합이 아니네”라고 선을 그으며 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때 고등래퍼2에 출연했던 또 다른 여고생 래퍼인 하선호가 교복을 입고 들어왔다.

송민재는 교복이 못마땅했는지 “학교를 다니냐”고 물었고 이영지는 “자퇴를 해야 SWAG이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고등래퍼3 방송 캡처

 

그러나 송선호는 이영지와 달리 바로 선을 그었다. 그는 “힙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랩을 잘하는 게 힙합”이라고 일갈하자 바로 신경전이 벌어졌다.

누가 옳았는지에 대한 대결은 곧바로 이어졌다. 싸이퍼(랜덤으로 나오는 비트에 프리스타일랩을 주고받는 대결)대결이 학년별로 펼쳐졌고 자퇴=SWAG이라는 친구들과 이를 부정하는 여고생 래퍼의 싸움이 시작됐다. 송민재, 강현준, 옥가향은 뛰어난 무대를 보여줬으나 이영지가 마이크를 잡자 참가자들은 물론 멘토마저 환호성을 질렀다. 하선호 역시 전 시즌 출연자답게 뛰어난 래핑을 선보였다. 그리고 대결의 승자는 자퇴=SWAG이자 힙합이라던 이들이 아닌 이영지에게 돌아갔다. 이번 승부만 보면 이들에겐 힙합은 자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고등래퍼3 방송 캡처

 

힙합의 사전적 의미는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다이내믹한 춤과 음악의 총칭’이다. 절대 엇나가는 게 아니다. 다만 힙합의 수많은 문화 중 서로를 디스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있을 순 있지만 엇나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자퇴를 해야만 SWAG이라 할 수 있을까? XX을 해야만 힙합이다란 식의 이야기는 힙합계는 물론 커뮤니티에서 굉장한 논란이다.

‘앙팡테리블’로 유명한 장 콕토는 자신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평론가를 향해 “꼭 경험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가? 죽음에 대해 글을 쓰는 이들은 죽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경험은 매우 중요하지만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자퇴를 해야만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다.

힙합계를 이끌 유망주인 고등래퍼3의 출연진은 앞으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리고 큰 성공을 거두면 사회적공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하나 행동하나가 앞으로의 국내 힙합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류음악이하곤 하지만 힙합은 발라드나 댄스 등 아직 다른 장르에 비해 마니아층이 강한 게 사실이다. 힙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