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원 속 십시일반 채워진 학당 , 입학식 선 설렘과 아쉬움 교차

 
 
25일 늘봄학당 입학식이 열려 남부호 부교육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5일 늘봄학당 입학식이 열려 관계자들이 만학도들을 축하하며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학사 파행을 겪고 있는 대전예지중·고등학교 만학도들에게 봄처럼 따스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소박하지만 든든한 후원이 끊이질 않는 새로운 배움터 ‘늘봄학당’에서 다시금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다.

25일 오전 10시 30분경 협소한 공간에 마련된 늘봄학당 입학식장에는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은 학생과 후배를 축하해주기 위해 자리를 채운 졸업생 그리고 진지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는 만학도들은 졸업 축사를 들으며 연신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재학생으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은 늘봄학당은 동문회에서 지원받은 컴퓨터와 일부 초등학교에서 가져온 책걸상으로 구색을 맞췄다. 그래서 일까 이날 중학생으로 입학하게 된 한 만학도는 다시 배움의 기회가 생겼다는 안도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만학도 A 씨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배울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그동안 보충수업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일부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늘봄학당 수업 역시 교사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예지중·고 총학생회를 이끌었던 박희모(48) 씨는 “고등학교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여러 갈등 끝에 일 년을 유예하게 됐다. 조금이나마 학업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며 위안삼고 있다”면서 “함께 늘봄학당을 마련해 준 선생님들께 고맙다. 항상 눈높이에 맞춰 반복적으로 교육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웃어보였다.

입학에 대한 설렘과 반대로 아직 만학도들에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예지중·고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뿐더러 늘봄학당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곳인 탓에서다. 신용 학장은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배움터가 생긴 것은 기쁜 일이지만, 학교와의 갈등은 마음이 편치 않다”며 “약 160명 정도의 학생이 입학하게 되는데 대다수는 검정고시나 시립학교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학당으로 언제 자진해산이 될지 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중등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김원택(66) 씨는 만학도의 시대적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배움터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그동안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배움에 대한 기회가 적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늘봄학교가 탄생한 만큼 시립학교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배움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늘봄학당은 26일부터 검정고시, 교양(컴퓨터, 영어, 국어) 등 모두 9개의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