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간 호반열녀길 (냉천버스종점~더리스)

대청호오백리길 3구간, 호반열녀길은 앞서 걸었던 1·2구간에 비한다면 색다름을 선사한다. 어쩌면 변경 전 구간인 ‘사슴골-마산동산성’ 포기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구간을 탐방하기 전 입수한 ‘가파르고 험하다’는 이 구간에 대한 포기는 후에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우선은 첫 번째 체크포인트인 미륵원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2구간 마지막인 냉천버스종점에서 미륵원지까지 가는 길은 잘 포장된 도로로 이어져 있다. 또 중간 중간 등장하는 작은 동산과 나무들이 있어 대청호의 풍경을 감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아주 잠시일 뿐이다. 잠시 시야에서 멀어졌다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대청호는 여전히 아름답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멀리 보이는 대청호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냉천골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미륵원지와 관동묘려가 있는 왼편으로 발을 옮긴다. 대전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미륵원, 오늘날의 민간 사회복지시설의 처음이었다는 이곳은 현재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미륵원지 앞 비석에 새겨진 글귀만으로 이곳에서 선행을 펼쳤을 그들의 뜻이 느껴진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마음에 담고 이제는 두 번째 체크포인트 관동묘려로 향할 시간이다.

 

은진송씨 가문의 향사를 위해 건립한 추원사
은진송씨 가문의 향사를 위해 건립한 추원사

오른쪽에 펼쳐진 대청호를 따라 몽실몽실한 가슴 속 여운과 함께 길을 걷다 보면 관동묘려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3구간을 호반열녀길로 명명하게 한 그 분이 모셔진 곳이며 그의 아들이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만든 재실이 바로 관동묘려다. 미륵원지와 관동묘려만으로도 왜 충청이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
잠시 휴식 후 이제 마지막 포인트를 향한다. 코스가 변경되기 전엔 마산동삼거리에 있는 주차장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작은 정자를 설치해 전망대로 이름을 변경한 마산동전망대가 마지막 목적지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산책하기 참 좋다는 거다. 폭신한 흙길에, 걷는 내내 보이는 대청호의 풍광은 그간의 힘듦을 잠시 잊게 해준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걸음포인트]
◆ 미륵원
미륵원은 고려 말 회덕황씨 시조 황윤보가 건립하고 3대에 걸쳐 비영리로 운영하며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그 앞을 지나는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했고 행처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을 위해 구호활동을 벌이는 등 오늘날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효시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후손들은 누각을 지어 이름을 남루(南樓)라고 짓고 여행객들이 더위를 피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미륵원은 대전지방에 있던 7개 원(院·역과 역 사이에 설치한 일종의 여관) 중 가장 오래됐고 그 유적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동·서 90m, 남·북 60m의 거대했던 터는 대청호에 수몰되어 그 웅장함을 볼 수 없지만 재실과 남루는 지금의 터에 복원돼 회덕황씨 가문의 선행을 느끼게 한다.

◆ 관동묘려
열녀로 열녀문을 하사받은 쌍청당(雙淸堂) 송유(1389~1446)의 어머니 유씨 부인이, 문종 2년(1452) 82세로 돌아가시자 이곳에서 장례를 지내고 그 옆에다 만든 재실이다. ㄱ자형 재실 건물에 양 옆으로 2칸씩 방이 달려 있는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다. 재실 중앙에는 큰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안방과 건넌방을 뒀고 안방 옆으로는 2칸 크기의 부엌을 만들었다. 중앙 큰 마루에는 ‘관동묘려’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또 옆면에 ‘숭정기원후(崇禎紀元後)’라는 현판이 있어 고종 31년(1894년)에 고쳐지었음을 알 수 있다.

◆ 교통편
대중교통 60번 [대전역동광장-성남네거리-대전역-원동네거리-판암역-비룡동입구-대청호자연생태관-중추마을/가래울-효평동-직동종점]
61번 [대전대학교종점-새울-판암역-비룡동입구-금성마을-원주산/양지말-추동-마산B지구-원마산-냉천골종점]
71번 [동신고교종점-비룡동입구-주산동/상촌-원주산/양지말-추동-마산B지구-효평동-이현동-삼정동/농기계보관창-삼정동-보조댐-신탄진역-신양마을-한일버스-신탄진정수장-용호동종점]
자가용 이용시 [대전 동구 직동 산 39-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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