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는 구직난, 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산업인력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뭔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먼저 대학의 현황을 살펴보자.

대학 진학률은 2008년 고졸자의 84%까지 올라갔다가 2017년 69%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OECD국가 평균 41%보다는 매우 높다. 문제는 대졸자의 취업률이 68%로 낮아지면서 대졸실업자가 누적되어 청년문제가 심각하다.

2015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에서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상위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대학의 평가는 높지 않다. 가장 객관적이라고 평가받는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ARWU)의 2018년 세계대학랭킹을 보면 칭화대학(중국) 45위, 베이징대학(중국) 57위, 저장대학(중국) 67위, 싱가포르 국립대학(싱가포르) 85위, 난양 공대(싱가포르) 96위다. 100위권 이내의 한국대학은 없다.

문제는 고등교육 시스템이다. 국제적 경쟁력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국내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한다.

◆ “경쟁력 없는 대학, 원인은 누구나 대학”
원인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대학문제는 대학의 입시지옥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화를 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531 교육개혁으로 만들어졌다. 골자는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대학의 개혁개방, 공교육의 시장화, 학교의 민영화를 위하여 대학설립은 일정요건만 갖추면 가능하도록 준칙주의가 시행되었고, 등록금이 자율화 되면서 대학정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누구나 대학생’ 시대가 되면서 대졸자에 어울리는 일자리의 미스매치로 실업률이 증가하여 결국 청년 빚쟁이가 증가하였다. 더구나 고졸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하면서 오히려 타파해야 할 학벌사회도 더 보편화 되었다.

최근 학령인구와 대학진학률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대학은 입학자원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것도 문제이지만 학문적 경쟁력이 낮은 것이 더 문제다. 대부분의 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혁신을 하지 못하여 경쟁력을 잃었고, 기업이나 시대적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여 고교교육의 단순연장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최대 자원은 사람이다. 또 4차 산업시대는 첨단 기술인재가 이끌어 가므로 대학의 곧 국가 경쟁력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혁신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대입제도 개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교육의 본질인 ‘학습성과’를 외면하고 외형에만 매달린 탓이다. ‘누구나 대학’ 문화에 대부분의 청년은 대학생이 되어 높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고 알바에 몸을 싣고 허덕이며 학습에 소홀했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은 첨단 연구 성과를 산출하지 못하였다.

◆ 이제 다시 혁신의 허리띠를 동여매야 한다
대학이 먼저 혁신해야 한다. 대학을 특성화하여 연구중심, 교육중심, 직업중심대학으로 구분하거나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그렇게 특성화하여 사회수요에 맞는 ?춤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수는 자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전문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학생은 공부하지 않고 졸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가 본분에 충실하도록 하려면 유럽처럼 대학에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돈 걱정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누구나 대학’으로 국가의 교육재정은 엄청나게 투입되지만 성과는 미흡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유럽처럼 고졸취업도 늘려야 한다. 최근 사회맞춤형 교육과정인 계약학과가 인기이다. 선취업 후진학의 유럽형 교육과정으로 취업 조건부 또는 취업자의 재교육 대학교육 과정이다. 직장이 정해져 있으니 학습해야 할 전공분야가 명확하고, 직장에서 꼭 필요한 직무분야를 ?춤형 교육과정으로 편성하여 교육하므로 학습동기도 높고, 학업 성취도 탁월하다.

물론 직장의 업무능률 개선에는 획기적이며, 산학협력 효과도 있어 학생, 기업, 대학 모두가 유리한 1석 3조의 성과가 있다. 현재 대기업이 위탁하는 계약학과는 주로 석·박사 과정의 고급 연구인력 양성에 몰려 있는데 중소기업의 학부수준 과정 확대도 필요하다. 고졸출신을 채용하고 계약학과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정부나 공기업에 평가 가점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은 외부의 재정지원 없이 운영하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누구나 갈 수 있는 대학이어야 하지만 누구나 가야하는 대학일 필요는 없다. 언제나 필요하면 갈 수 있는 열린대학, 학습성과를 낼 수 있는 대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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