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스에서 바라본 호수 전망

 

마산동 삼거리부터 시작되는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은 복잡다단한 마음에 공백을 만들어 준다. 첫 만남부터 4구간 끝인 신상교까지 모든 곳이 피곤에 침수된 현대인들의 휴식처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아무도 뭐라 않는 곳, 수면 아래 여기 저기 놓인 돌에 물이 부딪혀 잔잔한 소리로 당신을 반기는 곳, 그저 신선한 바람과 소나무길 사이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기만 해도 좋은 곳. 솔 향을 맡으며 데크 위를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하늘과 호수, 산 너머 산이 하나의 미술품처럼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낳는다. 물가에 가까이 가면 일렁이는 수면이 자꾸만 몰려온다. 마치 엄지의 지문처럼 파문을 그리기도 한다.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습지보호구역의 억새밭을 지나고 나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포토스팟이 있다. ‘슬픈 연가’ 촬영지의 포토스팟도 좋지만 역시 인공조형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남다른 감정을 선사해 준다. 출사를 나온 많은 사람들이 대청호의 하나뿐인 순간을 담는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자연생태관이 나온다. 이곳엔 다양한 조류와 토끼가 사는 아기자기한 작은 동물원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근에 있는 자연생태관 대청호 자연수변공원을 지나 더 걷다보면 황새바위와 연꽃마을이 나온다. 이곳 역시 데크를 따라 가다보면 투박한 냄새 가득한 흙길이 나오고 진흙 위에 나무 팔레트로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수몰민들을 추모하는 비석도 만날 수 있다.

김미진 수습기자 kmj0044@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