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대표

 

지난 2016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사용후핵연료가 1699개 봉이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많은 문제가 노출됐다. 대전에 사용후핵연료가 그리 많은 양이 보관될 필요도 없으려니와 사용후핵연료가 발전소에서 이송될 때 지나가는 교량의 한계중량을 초과한 사실도 뉴스타파를 통해 드러났다. 안전불감증이 확인된 대목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대전시 원자력시설 안전성시민검증단이 출범해 조사한 결과, 이송용기조차 기술기준에 부적합한 것이 확인됐다. 또한 폐기물 보관 부실, 외부 무단폐기 등 수없이 많은 문제가 파악됐고, 검증단 활동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폐기물 처리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연구원 하재주 전 원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자진 퇴임한 것이 아니고 문재인정부의 압력에 의해 퇴진한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2017년 초 취임 후 밝혀진 원자력연구원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지고 퇴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연구원은 제대로 책임을 지는 고위직도 없는 조직이다. 따라서 무책임의 상징인 연구원에게만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없으며, 강력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객관적인 감시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전지역의 현안이 반영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안전기준 강화를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시행하는 공청회를 대전에선 시행하지 않았다. 대전시 원자력안전협의회 일부 위원들이 대전의 원자력 안전 문제와 관련된 공청회 개최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일 원안위에 보고된 안전기준강화안을 보면 하나로(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기준 미포함, 원자력연구시설의 안전정보공개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 및 주변지역 방사선건강영향평가 미포함, 대도시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시설 핵폐기물 보관 문제 미포함 등 주로 원자력발전 지역을 중심으로 작성됐고, 대전의 특성에 부합되는 기준 강화 대책은 고려되지 않았다. 대전 한복판에 웬만한 원전 부지보다 많은 핵폐기물이 있는데,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공청회도 열리지 않고, 강화안에 대전 현안과 관련된 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한심한 상황이다.

무력한 대전시 원자력안전협의회 같은 조직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전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폐기물이 있는데도 허태정 시장은 취임 전·후 이에 대한 처리계획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지를 내비친 적이 없다. 원연시설에 대한 주민 안전 책임자인 지자체장마저 이토록 관심도 없고, 대전시 원자력안전협의회 또한 무력한 상황이면 시민은 누구에게 안전 문제를 물어봐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대전시민을 위한 원자력 안전 강화와 핵폐기물 전량 폐기를 위한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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