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역사

당나라의 승려시인 가도는 길을 걷다 새는 못가 나무에 자고 중은 달빛 아래 문을 미는구나라는 시구에서 미는구나(:)라는 어구를 두드리다(:)로 바꾸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다. 그러다 마주 오던 어느 고관이 탄 마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가도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느라 미처 피해지 못했다며 사죄했다. 이를 들은 고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내 생각에는 두드리다가 좋을 듯 하네하고 답했다. 고관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한유였다. 둘은 곧 친구가 되었다.

퇴고의 어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문을 밀지, 두드릴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일화는 어떤 글을 다듬고 고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됐다. 당시대에는 한번 쓴 글을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퇴고해야 했다. 실시간으로 메시지가 전달되고, 수정 또한 곧바로 이루어지는 현재에도 퇴고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이전의 퇴고가 수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현재의 퇴고는 글의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며 너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SNS 맞춤법 실수 사례

 

▲ 맞춤법을 틀리는 이유

위 두 사진은 SNS 맞춤법 실수의 대표적인 사례다. 글자 하나 실수했을 뿐인데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을 끓는 물에 삶게 되고, 에어컨 실외기는 국거리로 쓰일 시래기가 됐다. 문맥상 적당히 넘겨짚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실수가 계속된다면 속된 말로 모자란 사람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요즘,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가 활성화되면서 빠른 글쓰기가 중요시됐다. 실제 대화와 비교했을 때 전달속도가 전혀 차이나지 않을 정도이다.

또한 기존의 신중한 글쓰기보다 말을 하는듯한 글쓰기가 새 기준이 됐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음 그대로 글을 적는 일이 생긴다. 메신저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실수를 경험한 일이 있을 것이다.

메신저가 일상에 가장 가까운 글쓰기 활동의 기초가 되다보니 메신저 이외의 글쓰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메신저보다 좀 더 장문의 글을 쓰게 되는 SNS에서 이러한 실수는 치명적이다. 개인 대 개인이 대화하는 메신저보다 해당 글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SNS에서는 자신의 글이 사진으로 옮겨져 순식간에 퍼져버린다.

 

MBC 라디오 스타, 손호준 SNS 맞춤법
MBC 라디오 스타, 손호준 SNS 맞춤법

특히 유명한 SNS 사용자일수록 공개적으로 큰 조롱거리가 된다. 현대에도 신중하게 글을 살펴보는 퇴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례다. 하지만 헷갈리는 맞춤법들이 워낙 많다보니 국어를 전공한 교수들조차 실수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빠르게 글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문장 하나하나 맞춤법이 맞는지 틀린지 찾아내기도 힘들다.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 (부산대학교 운영)

▲ 맞춤법 검사기 사용법은?

맞춤법 검사기는 틀린 맞춤법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용법도 굉장히 쉽다. 인터넷 검색창에 맞춤법 검사기를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에는 자신이 쓰려고 했던 글을 복사하여 검사기에 붙여 넣으면 된다. 검사버튼을 누르면 오른쪽 창에 틀린 맞춤법들을 자동으로 수정하여 보여준다. 의심되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골라내서 찾을 필요도 없다. 대화속도가 빠른 메신저에까지 사용하기에는 힘들겠지만, SNS 송신 전 내용을 복사해서 맞춤법 검사기에 확인 하는 과정까지는 불과 10여초뿐이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대부분의 글쓰기 소통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맞춤법 검사기 앱의 개발이 소홀하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되는 맞춤법 검사기 또한 부산대학교에서 제작, 운영 중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 일부 앱의 경우 업데이트가 중지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이 직접 해결하기 전까지는 직접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방법 외에는 맞춤법 검사기 사용이 불편할 수도 있다.

또한 맞춤법 검사기는 100% 정확한 것이 아니다. 문어와 구어의 차이, 한글맞춤법에 따른 여러 예외조항을 맞춤법 검사기가 모두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검사기의 수정내역이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거나,

어색한 경우 추가로 검색해볼 필요가 있다. 장문의 글을 작성할 때에는 추가적인 퇴고가 꼭 필요하다.

 

▲ 맞춤법 검사기 왜 써야 되나?

말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올바른 글쓰기 또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인터넷에서는 문장이 곧 얼굴이자 목소리다. 올바른 맞춤법 사용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과 같다. 품위 있는 말이 신뢰감을 주듯, 올바른 맞춤법 사용 또한 그렇다. 퇴고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이유다. 퇴고 없이 곧바로 올린 글은 중요한 이야기를 해도 가볍게 느껴진다. 대화 중 잠시 숨을 고르듯 천천히 맞춤법 검사기 사용에 익숙해진다면 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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