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5구간은 다른 구간보다도 길 따라 나란히 줄지어 선 식물들이 만들어낸 풍경과 함께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소위 ‘힐링’의 구간이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길, 아름다운 꽃과 억새가 부드러운 바람 따라 손을 흔들어 주는 길. 가장 먼저 당도한 곳은 흥진마을 억새밭 길이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풍성하게 자라난 억새와 갈대를 볼 수 있는 곳, 연인이나 친구, 혹은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억새 숲에 파묻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낭만적인 포토스팟이다. 하나의 길 양쪽으로 하늘거리는 갈대와 앞에 흐르는 수변까지 장관을 이루는 장소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분위기 있는 카페 ‘라끄블루’와 ‘팡시온’이 있는, 길 초입에 심겨진 새빨간 튤립, 그리고 담벼락과 쭉 뻗은 길옆으로 개나리가 만발한 곳이다. 꽃샘추위가 가시고 따뜻한 햇볕이 몸을 감싸는 포근한 기운에 몸을 맡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부부, 친구와 함께 전망 좋은 카페를 찾은 중년들 등 하나같이 평온한 얼굴로 대청호의 봄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천천히 둘러보다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전국에서 제일 긴 벚꽃길이라 불리는 회인선을 찾아 움직였다. 벚나무 길에 도착하기 전에, 대청호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막연히 풍경에 젖어들었다. 잔잔한 수면과 그 위로 몸을 겹쳐오는 풍성한 나무들의 모습. 가장 길고 큰 거울을 항상 바라보고 있는 인근의 숲들. 왠지 나르키소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모습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왠지 넓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감상에 젖은 마음에 시동을 걸고 회인선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데크로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벚나무가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아쉽게도 봄을 너무 일찍 찾아 왔는지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벚꽃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막 피어나기 직전인 것을 보니 곧 찬란한 꽃잎을 휘날리며 대청호를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앞당겨 올 것만 같은 모습이다. 벚꽃은 인생의 시간과 그에 따른 기회를 논할 때처럼 타이밍이 중요했다. 아마 곧 만발한 벚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미진 수습기자 동행기 kmj0044@ggilbo.com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왔음을 알리고...
흥진마을 입구 포토스팟
갈대와 억새가 무성한 흥진마을 길은 운치가 있다.
길가 곳곳 각양각색 봄꽃들이 상춘객을 반갑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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