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참사 5주기 공동수업
수업 지도안 ‘진상규명’ 초점
“정치화 우려” vs “편견 깨야”

우리나라는 아직 아픔을 고백하는 데 낯선 사회다. 세월호 참사가 올해 벌써 5주기를 맞았지만 혹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제 그만 잊자”는 썩 반갑지 않은 얘기가 들려오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가 내놓은 세월호 5주기 공동수업 계획이 교육현장에서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전교조는 최근 4·16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교사 집중실천활동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계획은 교육현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청소년-교사 도보행진을 비롯해 노란리본 달기, 광화문 세월호광장 기억공간 방문 프로그램 등이 담겼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기억과 약속, 진상규명’이라는 주제로 이뤄지는 공동수업 방안이다. 전교조 산하 4·16특별위원회가 초·중등으로 구분해 제작한 수업 지도안에는 세월호 참사 소개, 관련 다큐 시청, 세월호 유가족과 촛불의 의미, 진상규명 촉구 엽서 쓰기 등의 수업 방향이 소개돼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공동수업은 세월호 참사가 어떤 일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에게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기 위한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전교조의 의도와 달리 교육현장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영상을 시청한 뒤 몇 가지 주제를 갖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도록 했는데 그 질문들이 학생들에게 적정한 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 ‘해양경찰이 선원만 구조하고 승객에 대한 구조시도조차 하지 않은 이유’, ‘박근혜정부가 증거를 조작·은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한 이유’ 등 아직 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사안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대전 A 중학교 교사 김 모 씨는 “특정 사건에 대한 계기교육은 사실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특히 세월호처럼 정치 쟁점화 된 경우 더욱 그렇다”며 “그러면 교사 역시 교육을 하면서 감정을 넣거나 선동을 해서도 안 되고 있는 그대로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이미 정해진 답을 찾도록 해야 하는 느낌”이라고 난감해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쪽에선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세월호가 민감한 사안이고 누군가는 ‘교실의 정치화’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전 B 중학교 교사 민 모 씨는 “한 때 학생들이 권리를 요구하면 어른에게 휘둘린다고 비판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일부에선 교실을 정치에 휘둘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걸 깨주는 게 교육이 할 일이고 학생들도 지금 내가 사는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소회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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