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도 네넴띤 = 팔도

  팔도의 35주년 기념 한정판 상품 괄도 네넴띤이 불과 한 달 만에 준비된 물량 500만개가 전부 매진됐다. 기존 팔도 비빔면보다 5배 매운맛을 선보인 괄도 네넴띤은 지난 2월 출시 하루 만에 초기 물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도 지속적인 재판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팔도가 추가 생산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괄도 네넴띤의 성공은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 사례이다. 펀슈머란 소비를 하는 과정에서 재미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을 뜻한다. 팔도는 젊은 소비자 층에게 비빔면 브랜드를 어필하기 위해 최근 젊은 세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야민정음을 사용했다.

  인터넷 신조어, 유행어 등이 언어파괴 현상이라 불리는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팔도의 과감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의 열광으로 보답 받았다. 이외에도 신세계 마트의 SSG(), 워메프의 읶메뜨 등 여러 기업들이 펀슈머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야민정음 예시 = 위키백과

  괄도 네넴띤을 문자 그대로 발음한다면 매우 생소하게 다가온다. 야민정음은 과=, =, =면 등 기존 문자를 상대적으로 유사한 형태의 문자로 재창조 한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유재석을 윾재성으로 쓰는 등 일종의 언어유희로 기능한다. 원 단어와 야민정음간의 기괴한 발음차이 또한 큰 즐거움을 준다.

  여러 하위문화를 대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 인사이드야구 갤러리에서 시작된 야민정음은 2014년 초부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든 야민정음이 유행을 타는 것은 아니지만 댕댕이, 띵작 등 본래 발음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어들은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야민정음 또한 인터넷 신조어로서 언어파괴현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명작, masterpiece = 구글 번역기

 

  기존 문자체계를 따르지 않고, 모든 계층이 널리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야민정음은 문자 그대로 한글을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괄도 네넴띤의 성공은 5배 매운 맛이 아닌 야민정음의 유희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목해야한다. 이는 신조어 문화가 양지로 올라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글파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지언정 야민정음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모든 계층이 사용하는 언어는 아니지만, 모든 계층이 야민정음을 이해하거나 사용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인터넷 신조어의 주요 특징은 폐쇄성이다. 이는 커뮤니티 공간 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모임만의 것으로 밖으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특정 유행, 이슈 등을 요약한 신조어는 배경지식 없이는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런데 야민정음은 한글 자체를 이용한 신조어이기 때문에 문화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야민정음이 한글자모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숙지한다면 누구든 야민정음을 해석할 수 있다.

  야민정음은 신조어 문화의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폐쇄적 성격이 자칫 조롱문화로 흐르기 쉬운 신조어 중에서 야민정음은 가장 순수한 언어유희이다. 단순히 신조어라는 틀 안에 가두어 무조건 언어파괴로 규정하는 일은 지양해야한다. 인터넷 신조어 문화가 아직 성숙기임을 고려한다면 야민정음 문화는 좀 더 신중히 다뤄져야할 것이다.

  박진호 대학생 기자 admi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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