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림, 누구길래?

김혜림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그는 1988년 KBS '젊음의 행진'이 만든 전속 프로젝트 그룹 '통크나이'로 데뷔했다. 시원한 입매와 미소, 상큼한 단발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솔로로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1989년 1집 '디디디'(DDD)가 크게 히트해 MBC 10대가수 신인상을 받으며 '나애심의 딸'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첫 앨범을 낸 기획사는 '가왕' 조용필이 있던 필기획. 조용필은 김혜림이 가수가 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엄마 덕에 가수로 데뷔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가 무척 심하셨죠. 엄마와 친분이 있던 용필 오빠가 설득을 해줘서 필기획에서 데뷔했어요. 제게 태산 같은 분들인 엄마와 용필 오빠는 잘하든 못하든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심은 절대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 큰 가르침이죠."

그는 지난해 12월 어머니 1주기를 보내고서야 부재가 실감 난다고 했다. 살면서 외롭단 생각도, 혼자라고 느껴본 적도 없었는데 "문득 진짜 혼자네"란 생각이 든다면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았다.

"엄마 병간호를 시작한 게 38살인데, 지금 제가 50대예요. 엄마는 저를 남편처럼, 친구처럼 여기셨어요. 물론 제가 어렸을 때는 공연 차 한 달씩 해외에 나가시는 바쁜 엄마였죠. 하지만 저 고교 때부터 활동을 안 하신다면서 끔찍한 사랑을 주셨어요."

그는 지난해 2월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의 나애심 특집 자료 화면을 준비하면서 생전 활동 모습이 너무 멋있어 눈물이 났다고 떠올렸다. "엄마가 워낙 노래를 잘하셔서 주눅 들어 집이 아닌 차에서 연습하고, 명성에 누가 안 되려고 애도 썼다"면서 "돌아가시고 보니 역시 '김혜림의 엄마 나애심'이 아니라 '나애심의 딸 김혜림'이었다"고 말했다.

옛 기억을 짚던 그는 또 한차례 힘들었던 시기로 2014년 가족처럼 아낀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를 꼽았다. 두 사람은 필기획 매니저 출신 유재학 대표가 설립한 대영기획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가깝게 지냈다. 이후 대영AV로 이름을 바꾼 이 기획사는 015B, 전람회, 넥스트 등의 앨범을 출시하며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그는 "해철이를 잃었을 때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누가 절 괴롭히면 나서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주위에서 걱정할 정도로 그 충격이 오래갔다"고 기억했다.

앞으로 방송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달라고 하자 그는 시원스러운 웃음으로 대신했다. 앨범은 1998년 김동률, 이적, 유희열 등이 대거 참여한 7집과 1999년 베스트 앨범, 2007년 전영록이 작곡한 싱글음반 '어쩌면 좋아' 이후 끊겼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그는 "시간을 펼치니 오랜 시간 가요계에 몸담으며 그 역사를 지켜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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