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추모시집 발간
충북 충주 출신 신경림 시인 등 참여

 

 

하루하루 네 몸처럼 날이 가라앉는다
가라앉아 천지에 가득 찬 젖은 4월 16일
팽목항의 푸른 바다 위에 돋은 304개의 별에게 빈다
용서하지 말라고…
-이경자 소설가 서문 中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도서출판 걷는사람)가 발간됐다. 

이번 추모시집에는 충북 충주가 고향인 신경림 시인의 표제작(標題作)을 비롯해 대전 출신 김연필의 ‘검은 우산’, 충남 천안 출신 양안다의 ‘오늘의 편지’, 논산 출신 나희덕의 ‘문턱 저편의 말’, 충북 옥천 출신 김성장의 ‘거길 가자고’와 송진권의 ‘숨바꼭질’, 충주 출신 함민복의 ‘우리 한 자루 촛불이 되자’ 등 중견시인과 젊은 시인의 시 38편이 담겼다. 

전국 각지의 시인이 참여해 세대와 지역을 아우른 ‘언제까지고 우리는…’에는 신영복의 서체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김성장 시인과 다수의 서예가들이 참여한 캘리그라피들이 시와 함께 실려 있다. 

서문을 쓴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경자 소설가는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라며 5주기를 맞는 먹먹한 소회를 밝혔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인 김근 시인은 “세월호 이후 모든 세월은 생의 감각을 상실했다. 세월호 이후 살아있다는 사실의 실감은 사라져버렸다. 살아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여름 오후, 우리에겐 우산도 없었다. 끔찍한 세계의 실재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낡은 우산 하나도, 우리의 삶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게 됐다”라며 5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참담한 심경을 풀어냈다. 

김미정 서예가(캘리그라퍼)는 “세월호 이후 하루하루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감사하다. 세월호의 슬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찾아내며 그들 몫까지 감사하게 살고 싶어진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언제까지고 우리는…’에 실린 세월호 추모시 전시회 및 낭독회를 가졌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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