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과 연둣빛 가득한 대청호 벚꽃축제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 찾아왔다. 꽃놀이를 말하자면 ‘벚꽃’이 빠질 수 없다. 대청호에선 26.6㎞의 벚꽃길을 자랑하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벚꽃길로 대전 동구 신상동에서 충북 보은 회남면까지 이어지는 그 곳을 찾았다.

지난 12일 대청호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봄날, 눈꽃이 흩날렸다. 따스한 햇볕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이 아니다. 벚꽃이었다. 지금껏 봐오던 대청호는 바다와 같은 호수와 그를 둘러싼 산들로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면 벚나무로 둘러싸인 ‘대청호 벚꽃길’은 살랑거리는 봄 냄새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사랑을 듬뿍 받은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른 꽃들과는 달리 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벚꽃은 피어있는 모습 못지않게 떨어져 흩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꽃이다. 순결과 절세미인이라는 꽃말처럼 말이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들 사이를 걷으면 꽃잎이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데 마치 꽃비를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봄기운을 가득 담아 양 볼을 스쳐 지나가는 것도 기분 좋다.

 

 

길 양옆으로 늘어져 있는 벚나무를 바라보면 커튼이 생각나기도 한다. 데크를 따라 손을 뻗으며 걷자 실크 커튼처럼 벚꽃이 손을 휘감는다. 연분홍의 꽃잎들이 바람 따라 손길 따라 흩날리며 떨어지면 그 자리엔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벚나무들이 여름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봄과 여름을 동시에 담고 있는 벚나무는 감히 이 여행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겠다.

한참을 걸었던 탓일까. 벚꽃 구경하느라 연신 젖혀있던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이젠 대청호반이 눈을 사로잡는다. 겨우내 꽁꽁 숨기고 있던 생명의 씨앗들도 얼굴을 내밀고 반긴다. 못 이기는 척 잠깐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앉아있는 동안 바람에 일렁여 ‘쏴~’하고 들려오는 대청호 파도소리는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한 폭의 동양화를 생각나게 한다. 마치 신선이 된 듯, 자연스럽게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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