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봄이 눈길 닿는 곳곳마다 느껴지는 4월.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봄의 따스함을 채우기 위해 이번 발걸음은 ‘꽃의 향기’를 따르기로 했다. 봄맞이꽃부터 개나리, 목련, 복수초 등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많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벚꽃’이다. 물론 사계절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는 대청호를 배경삼아서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군항제와 서울 여의도 등 전국 각지에 참 많지만 우리 지역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최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회인선 벚꽃길’이 있는 탓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일수록 나중에 먹는 것처럼 회인선 벚꽃길은 마지막 목적지로 삼고 우선 금강로하스대청공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전야제 혹은 전초전으로 생각했던 것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봄의 향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봄을 알리는 잔디와 한 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버드나무 한 그루, 주변을 웃음소리와 함께 뛰어다니는 아이들, 파란 하늘과 대청호라는 도화지를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 ‘장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관련기사]
ㄴ미소 가득한 날에, 그대와 부르는 벚꽃연가(by 송승기 기자)
ㄴ연분홍 꽃비 맞으며 봄을 걷다(by 김지현 기자)

시작점에서 이미 만취상태에 도달했지만 더 큰 기대를 품고 회인선 벚꽃길로 향한다. 가는 동안 취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헛된 기대였다. 금강로하스대청공원을 나와 삼정취수장을 끼고 대청호수로로 들어서자 도로를 점령한 벚꽃터널이 등장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봄을 맞아 드라이브를 나온 차들이 적지 않았고 느릿느릿 운전을 했음에도 모두 한마음인 까닭인지, 어느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간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 일이라곤 그저 봄의 향기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었다.

‘우와’를 연발하길 한 시간 남짓, 드디어 목적지인 회인선 벚꽃길에 도착했다. 장장 26.6㎞에 달하는 이곳에 들어선 순간 누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이곳이 왜 인기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쉼 없이 늘어선 벚꽃과 그 너머에 자리한 청명한 대청호, 걷기 좋은 데크길까지, 유명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반나절을 넘게 보아온 벚꽃, 누군가는 식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풍경이지만 현장에선 ‘설렘’만 가득할 뿐이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 사진=차철호·조길상 기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