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피해액 82.7%↑ 4440억, 역대 최고치
“남녀노소 무차별 타깃, 예방도 대응도 철저해야”

듣고 싶지 않은 ‘그놈’의 목소리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과거엔 아직 금융정보에 취약한 장년층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젠 사회경험이 적은 대학생이나 직장 새내기 등 비교적 젊은 세대로까지 손을 뻗쳤다. 사실상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교묘한 수법을 사용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피해액도 점차 증가 추세여서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차원에서의 단속과 이런저런 예방책이 나오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국민차원의 금융보안 경각심이다. 두 차례에 걸쳐 최근 보이스피싱 사례와 특징을 분석하고 피해 근절과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 대전 중구에서 거주하는 최 모(27·여) 씨는 얼마 전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자신이 주로 이용하던 은행에서 보험성 상품을 소개하는 과정 중 선착순 상품이라며 결제대금을 계좌로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이상한 낌새가 들어 바로 전화를 끊고 해당 은행에 확인한 결과 보이스피싱이란 걸 깨달았다. 최 씨는 “예전엔 경찰같이 정부를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하던 것으로 알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전화가 걸려온 적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잘 모르는 분들은 교묘한 수법에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관련 기사 6면

“중앙지검의 OO검사입니다. 귀하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돼 지금 당장….”

한번쯤 들어봤을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은행 직원을 빙자, 돈을 가로채거나 SNS 등을 이용해 젊은 층의 방심을 유도한 신종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피해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나는 안 당하겠지’라는 불감증에 당하는 피해자 수 역시 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82.7% 증가한 4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4만 8743명, 피해 건수는 7만 218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2억 원, 매일 134명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주로 40·50대에 집중됐지만 갈수록 젊은 층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40·5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2455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56.3%를 차지했다. 60대 이상은 987억 원에 달했다. 금융사기에 민감해 쉽게 피해를 입을 지 않을 거라 예상되는 20·30대 피해액 역시 915억 원이었나 됐고 20대 미만의 피해액은 17억 원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출빙자형’과 ‘사칭형’ 피해액이 각각 3093억 원, 134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점점 다양화되는 방식에 금융당국도 피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국의 대책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진화속도가 워낙 빨라 역부족이란 말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연령, 성별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누구라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부나 은행에서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계속 진화하고 있어 완전히 근절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전달 또는 계좌이체를 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경찰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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