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발적 흥미 이끌기 어려워”
영어, 수학 중시 학부모도 무관심

“독서요, 말도 마세요. 스마트폰만 끼고 살지 책 읽으라고 하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습니다”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탄식이다. 세대를 망론하고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초등학생 중 독포자(독서포기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 A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 모(12) 양은 매월 의무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학교에서 독서활동 일환으로 권장도서를 읽게 한 후 토론을 하기 때문이다. 정 양은 “선생님이 읽으라고 해서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있다”면서 “수업시간 외에는 따로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책을 멀리하는 데는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초 문해능력을 향상시키는 독서를 외면한 채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국어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어 독포자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학생들의 자발적 흥미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학교의 고심은 깊다.

매년 줄어드는 독서량에 교육당국에서도 독서체험활동 선도학교 지원 등 독서습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참여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각 학교별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독서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학생들은 손에 꼽힌다. 대전 B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들과 함께 책을 읽는 활동도 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상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독서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수업처럼 느껴지는 독서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지만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흥미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입시 경쟁도 독서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닌 국어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준으로 독서 논술 등의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독서논술학원 관계자는 “주로 영어와 수학 공부에 시간 투자를 하니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학부모들도 책 읽을 시간은 주지 않으면서 국어 점수를 높이기 위해 독서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지현 기자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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