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만에 다시찾은 두메마을길, 어느새 겨울은 가고 연둣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라지만 두 달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대청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헐벗었던 나무는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땅에는 부드러운 온기로 가득 찼다. 바람 따라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과 붉거나 노랗거나 하얀 꽃들은 시선을 잡아끈다. 물론 그 너머 한결같은 모습의 대청호는 여전히 푸르며 아름답다.
봄이 주는 따스함을 가슴에 담고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 1구간의 시작은 대청호 물문화관이지만 광장 풍경은 사뭇 다르다. 찬바람 불던 시절 사람 구경하기 힘들던 물문화관 광장은 봄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부모와 함께 이들도, 연인과 다정한 모습으로 걷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리고 대청호의 아름다운 봄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리 등산을 계획하고 대청호를 찾지는 않았지만 대청호의 아름다움에, 봄의 설렘에 취해 오백리길을 걷기 시작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대청호물문화관에서 바라본 대청호.

 

사람들의 웃음소리, 새들의 지저귐, 바람소리를 벗 삼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제법 가파른 언덕이 있긴 하지만 걷기에 부담이 없다. 더욱이 눈앞에 펼쳐진 녹색의 향연과 발아래 느껴지는 부드러운 흙의 촉감은 힘듦을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약 2㎞쯤 걸었을까. 대청호의 물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제법 따스한 햇볕과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속하는 길을 걸은 탓인지 땀이 흐르기 시작할 무렵, 입가에 절로 웃음이 걸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호수와 마주한 비교적 넓은 터에 나무 한 그루 서 있고 그 아래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에 잠시 앉자 눈앞에 펼쳐진 대청호 장관은 그간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마냥 앉아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앞으로의 기대감이 더 큰 탓에 자연스레 다음 장소를 이동을 시작한다.

 

 

녹색으로 우거진 데크길, 시원한 바람까지 봄을 누리기에 무엇하나 빠짐이 없다.

잠시 걸었을까. 귓가에 아이들의 ‘꺄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봄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로하스공원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에너지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뿜어져 나온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또 다시 발을 내딛는다. 산 정상에 도달해 주변을 한번 돌아본다. 봄이 주는 싱그러움, 대청호의 아름다움, 나무와 풀 냄새,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무엇 하나 빠짐이 없다.
안구정화는 물론 심신의 피로까지 날려버리고 보조여수로를 건너 마을마다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생태공원을 만날 차례다. 갈대와 억새만 가득했던 지난번의 이촌생태습지 모습과 달리 색색들이 아름다운 철쭉과 영산홍이 제 잘남을 뽐낸다. 인근에 대청호를 마주하고 위치한 카페는 무언가 이질적이지만 어울리는 오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잠시 들러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숲길을 향해 걷는다.
숲길에 들어서면 대청호를 1구간 중 대청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왼쪽에 펼쳐진 대청호의 움직임을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곳곳엔 벤치와 정자가 등장하며 쉴 곳도 제공해 준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어느새 강촌지구생태습지가 나온다. 규모면에선 이촌생태습지보다 작지만 쉴 수 있는 정자가 곳곳에 마련돼 편히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면 한 숨을 돌린다.
삼정동 삼거리, 이곳부턴 도로와 접한 데크길이다. 연속적이진 않지만 데크길이 지겨울 때쯤이면 작지 않은 크기의 공원이 나온다. 1구간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다는 뜻이다. 도로와 데크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뒷산의 땅모양이 마치 먹는 배와 같이 생겼다해 예전부터 ‘배산’이라 불리던 배고개마을에 들어선다. 배이(梨)자를 써 지금은 이현동이 된 이곳 대청호 두메마을이 가까워지면 또 한 번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이현동 두메마을 거대억새습지로 오늘의 종착지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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