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너 나 할 것 없이 ‘부자’가 대세다. 몇 년 전 예쁜 연예인이 ‘부자되세요~’라는 집단 최면을 걸어놓은 것을 ‘부자의 대중화’의 일성(一聲)이라 간주한다면 이런 글 따위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 애나 어른이나 ‘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정말이지 해도 너무 한다 싶다.얼마 전 한 지역단체장이 지역건설회사로부터 수 억 원의 별장을 받고 내연관계의 여직원을 통해 자금을 관리하던 중 감사원의 적발이 있자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뒤 여권을 위조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추적해 오던 검·경을 피해 시속200km로 도주하다 결국 체포된 사실. ‘휴, 글을 쓰는 것도 숨차다.뇌물수수로 시작해서 자금세탁, 탈세, 공문서위조에 심지어 도로교통법까지 삽시간에 위반한 그야말로 엽기적 행각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며칠 전 퇴근길 운전 중에 청소년들이 즐겨 들을 법한 FM라디오를 들었는데 청취자의 사연인 즉, ‘100만 원 짜리 명품가방을 사달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내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어요. 여자친구가 12개월 할부로 사달라는데 어찌해야 할까요?’ 뭐 대충 이런 것이었다. 남자친구의 한 달 치 월급을 열 두 달로 쪼개서라도 자기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모양 좀 나겠다고 생각한 여자 친구와 나라를 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명품가방 고민에 여념이 없을 남자 친구, 이 정도 사연은 되어야 청취자들과 호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 모두 ‘유죄’아니겠는가?문제가 이렇다보니 지상최대의 가치가 ‘돈’이 됨은 물론이요, 그를 위해서는 어떠한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치를 각오를 해야 하며 이미 이것은 어른들의 싸움(?)에서 자식들의 싸움으로 대를 이어 번져가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세계적 갑부인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의 재력은 매일 1만 명의 화가를 집으로 불러 내 초상화를 죽을 때까지 그리게 해도 남을 돈이다.’ 그러나 워렌 버핏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으나 그 부를 ‘환원’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실제로 소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자기 돈으로 자기가 쓰겠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문제는 합리적이지 못한 지출이 아니라 ‘부’의 껍데기만을 치장하기 위해 서슴없이 불법을 감행하는 것과, 그러한 사실을 보면서도 더 이상 충격적이지 못한 현실일 것이다. 물론 옛 속담에도 ‘돈에 눈이 가리면 삼강오륜(三綱五倫)도 석 냥 닷 푼으로 읽는다’는 말이 있듯이 돈의 위세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기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자녀에 대한 비정상적인 사교육바람, 다른 사람이야 망하건 말건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진실이 되고 있는 현실, 온갖 비리와 부동산 기획 사기 사건 등등.이제는 차분하게 우리가 그동안 왔던 길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차마 부끄러워 쳐다보기 힘들어도 용기를 내고 ‘나’와 ‘남’ 그리고 ‘우리’를 위해 말이다.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 그러다보니 ‘돈’앞에서는 극도로 이기적으로 변질되는 사회,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지 않았던가. 그를 통해 부를 축적했던 이들로부터 이제는 자정활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존경받는 부자’가 넘쳐날 때까지.정호(대전보건대학 금융보험과 외래교수, 미래에셋생명 남청주지점 부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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