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했던 가지 초록빛으로 물들고
신록 가득한 풍경따라 한 발 한 발
녹색이주는 여유, 신록예찬의 이유

 

매화와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철쭉 등의 다양한 꽃들이 봄이 왔음을 알리며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던 4월을 지나 신록(新綠)의 계절인 5월,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달 다시 찾은 대청호오백리길 2구간(찬샘마을길)은 생동감으로 가득 찼다. 앙상했던 가지는 새순과 함께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고 눈에 보이는 곳곳에 초록빛으로 넘실거린다. 푸른 하늘을 물들인 하얀 구름과 눈이 부신 대청호,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귓가를 간질이는 새들의 지저귐까지.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만으로도 방전됐던 마음은 자연스럽게 차오른다.

 

찬샘정에서 바라본 대청호, 초록빛으로 넘실거린다.

 

녹색으로 물든 이현동생태습지. 억새 대신에 노란꽃창포들이 대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2구간의 시작점인 이현동생태습지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억새만 가득했던 지난번과 달리 살랑살랑 불어온 봄바람에 기지개를 켠 창포는 물론 생태습지 전역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면서 생명력 가득한 녹색빛으로 가득 찼다. 생태습지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새 생명이 주는 신비로움을 잠시 감상하다 보니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활력을 얻게 된다.
신록이 가득한 풍경을 감상하며 시골길을 따라 체험마을로 유명한 찬샘마을을 향해 걷는다. 대청호를 옆에 끼고 봄기운 너울대는 풍경은 발걸음마저도 경쾌하게 만든다. 넓게 펼쳐진 논이 눈에 들어오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이들이 만나게 된다. 어느덧 찬샘마을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작은 능선을 가로지르고, 또 다른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길 양 옆으로 새파란 잎 가득한 나무들이 가득 찬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 탐험가를 응원하고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새 길의 끝에 다다르고 또 한 번 대청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성치산을 향해 걸을 시간이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는 탓에 시작하기 전부터 살짝 두려움이 몰려온다. 성치산을 오르기 전,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잠시 한눈을 팔아본다. 부수동 ‘대청호 전망 좋은 곳’이라 일컫는 곳이다. 200m 정도 호숫가로 더 들어가면 탁 트인 호수와 바로 접한 쉼터가 있다. 귓가를 간질이는 물소리와 눈앞에 펼쳐진 비경은 앞으로의 고단함을 잊게 해준다.

 

햇볕 강해질때 숲그늘이 주는 시원함, 녹색 풍경은 최고의 힐링이다.
울울창창, 녹색잎 가득한 나무들이 길손들을 반긴다.

 

 

다시 돌아와 성치산을 향한다. 해발 200m 남짓의 작은 산이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오르막을 한 번 오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숨을 헐떡이게 만드는 코스다. 그리고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상에 오르기까지 두 세 번의 가파른 오르막을 거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중간 중간 힘을 보충해가며 산 정상에 오르면 그 앞에 펼쳐진 비경은 오름의 수고를 잊게 해준다.

이제는 2구간 마지막을 향해 갈 시간이다. 성치산을 오르면서 풀려버린 다리를 부여잡고 조심조심 내리막을 걷는다. 가팔랐던 오르막처럼 내리막 역시 그에 못지않다. 주변의 나무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 발 한 발을 내딛는다. 성치산을 내려와 2구간 마지막인 냉천종점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시골의 아스팔트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되기에 어려움은 없다. 중간에 잠시 찬샘정에 들러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 된다. 함께 걷는 이가 있다면 그와 함께, 혹은 혼자라면 자연을 벗 삼아 감상하고 즐기며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이다.
평범함이 싫다면 찬샘정에서 노고산을 향해 걸어도 된다.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한 이 곳, 해맞이가 아니라도 노고산 정상에선 ‘다도해를 내륙에 옮겨놓았다’는 대청호를 느낄 수 있다. 노고산 해맞이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가면 노고산성 성벽 일부를 만날 수 있다.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들이 백제의 아픔을 고스란히 대변해 준다. 전망대에서 노고산성 잔해가 남아 있는 유적으로 가는 중간에 할미바위가 있다. 그래서 산성 이름이 노고(老姑)산성이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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