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 판소리 최고봉인 국창 이동백 선생

중고제 판소리의 최고봉인 국창 이동백 선생 70주기 추모 공연이 11일 오후 7시 공주문화원 앞 광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추모 공연은 위대한 예술가 이동백을 기리고, 중고제가 유행 지난 옛 소리가 아니라 되살려야 할 귀중한 음악 자원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자리로, 이동백 적벽가의 유일한 전승자인 박성환을 비롯한 소리꾼들이 적벽가 중 ‘삼고초려’, 춘향가 중 ‘적성가’와 ‘이별가’ 등 이동백이 남긴 소리를 하데 된다.

또 최선 교수의 춤, 범진 스님의 범패, 나태주 시인의 헌시 낭송, 이걸재의 향토농요, 남은혜의 경기소리 등도 선보인다.

추모 제례로 시작해 남도민요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이날 행사는 공주문화원 주최로 공주 국립충청국악원 유치위원회와 충남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원이 주관하며 공주시가 후원한다.

또 2부 공연에 앞서 오후 5시부터는 공주문화원 강당에서 배연형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 소장의 ‘고음반으로 만나는 이동백‘ 특강이 펼쳐진다.

한편, 이동백(1866-1949)은 호방하고 우렁찬 소리로 구한말 5명창 중 왕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은 명창이다. 고종의 어전에서 소리를 해 소리꾼으로는 가장 높은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받았다.

순종은 이동백이 원각사에서 공연할 때면 전화통을 귀에 대고 들을 정도였다. 풍채가 당당하고 인물이 수려한 데다 가객으로서 품위가 있어 상류사회에서 인기를 독차지했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제약회사 광고모델을 할 만큼 대중적 스타이기도 했다. 적벽가와 심청가를 잘했고, 특히 새타령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밖에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심청가의 ‘범피중류’ 대목이 걸작으로 꼽힌다.

같은 충남 서천 출신 김창룡과 더불어 중고제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다. 중고제는 판소리 3대 유파 중 하나로 동편제, 서편제보다 앞서 경기 충청 지역에서 발흥해 널리 유행했으나 일제강점기 이동백, 김창룡을 끝으로 마지막 꽃을 피우고 전승이 거의 끊어졌다.

대중의 취향이 감정 표출이 강한 소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함에 따라 꿋꿋하면서 고졸 담백한 멋을 지닌 중고제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라져가던 중고제는 1990년대 들어 유성기음반의 발굴과 복각이 이뤄지고 관련 연구가 늘어난 데 힘입어 최근 부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절세 명창 이동백의 소리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유성기음반에 다수가 남아 있지만, 직접 전승된 것은 이동백-정광수-박성환으로 이어진 적벽가 중 ‘삼고초려’ 대목(초앞부터 ‘박망파 전투’까지 40분 분량)이 유일하다.

중고제 명맥을 잇고 있는 박성환 명창은 2000~2003년 정광수에게 이를 배워 2009년 처음 무대에서 발표했다. 이후 전승이 끊긴 적벽가 후반부를 유성기음반(폴리돌 ‘적벽가’)의 이동백 소리를 중심으로 복원하고 다시 짜서 완창본(2시간 30분 분량)을 만들어 2013, 2016, 2018년 세 차례 공연했다.

박성환 명창의 중고제 적벽가 완창본에 대해 판소리 학자 최혜진 목원대 교수는 “직접 전승으로 배운 중고제 특히 이동백제의 성음과 창법, 소리의 구성 원리를 충실히 구현함으로써 고음반 모창이 아니라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이룩했다”고 평가한다.(최혜진, ‘이동백제 적벽가의 전승과 변모’, 구비문학 연구 제50집, 2018.)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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