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진마을-회남로(회인선)-방축골

벚꽃대신 여름으로 짙어가는 대청호 풍경.

 

반짝이는 햇살 아래를 걷다보면 ‘아~덥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계절이 왔다.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심에선 땅에서도 열기가 올라온다. 불과 얼마 전 하지를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올 여름 더위에 걱정이 앞선다.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곳이 간절해진다. 지난 봄, 꽃의 향기를 따라 걸었던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을 다시 찾았다.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던 벚꽃은 이제 없지만 대신 에메랄드 빛 녹음이 우리를 반긴다. 
지난봄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선 흥진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왼편에 대청호를 끼고 자연스러운 시골길을 걷는 이곳에도 연둣빛이 가득하다. 지난 봄 중간 중간 볼 수 있었던 초록의 새순이 이제는 대세가 됐다. 머리 위에 떠 있는 햇살도 도심의 그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그는 사뭇 다르다. 위풍당당함이야 다를 바가 없지만 물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과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 눈앞에 펼쳐진 대청호의 비경 등이 합쳐지며 보다 편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더위가 크게 가신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진다. 
흥진마을 갈대밭 추억길에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바깥아감에 도착했을 때 회인선 벚꽃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얗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짙푸른 녹음만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고 나도 모르는 사이 데크길 위에 발을 걸쳤다. 

 

 

흥진마을에서 회인선으로 가는길. 길 옆에는 짙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봄의 회인선 벚꽃길도 아름답지만 여름의 이곳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도로를 감싸듯 자리 잡은 벚꽃나무는 걷는 길이 쉽도록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계속 걸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준다. 어쩌면 시골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풍경이겠지만 자연이 늘 그렇듯 익숙한 색다름을 선사한다. 팔도를 유람 나온 한량처럼 느긋하게 한 30분 걸었을까, 방축골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녹음에 둘러싸여 행복을 느꼈으니 이제는 푸른 대청호를 만나야 할 시간이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할머니 댁이 떠오르는 그런 시골길을 따라 돌담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며 걷는다. 바쁜 하루를 사는 현대인의 발걸음이 아닌 유유자적, 현재를 즐기는 그런 모습으로. 방축골은 현재 대청호반에서 음식 좀 하는, 이름 깨나 날리는 식당이 밀집했다.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대청호를 병풍삼아 좋아하는 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는 의미다. 결국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고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걸어오느라 소비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카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앉아있음에서 오는 편안함과 대청호가 선사하는 아름다움, 소소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사람들이 웃음소리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만족스러운 휴식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을 하는 일임에도 이곳에서만큼의 임팩트를 갖지 못한다. 이곳에는 어떤 마법이 펼쳐져 있을까를 고민하다 고개를 들자 너무나도 쉽게 답이 찾아진다. 사람들의 얼굴에 묻어나오는 행복함, 즐거움 등이 마법의 정체다. 곳곳에 뿌려진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다. 
백골산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걷기 편한 코스로 이뤄진 5구간,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평할 수도 있지만 걸어보시라. 왜 많은 사람이 찾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테니까.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 백숙먹고 몸보신하고 싶다면… 향토음식전문점 조선식당

 

 

2005년 7월에 개업한 조선식당은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토속음식을 제공하는 맛집이다. 주메뉴는 오리·닭백숙과 오리로스, 주물럭인데 특히 한방오리백숙은 한약재를 넣고 오래 끓여 제대로 몸보신할 수 있는 음식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각종 김치와 나물, 상추겉절이가 느끼함을 덜게하고 소화를 돕는다. 오리고기를 다 먹고나면 국물에 만들어먹는 고소한 찹쌀죽은 속을 더 든든하게 해준다.
유기질 퇴비를 사용하여 재배하는 야채와 들에 나는 망초대, 비름, 명아주대, 장녹순을 채취하여 찬을 만들고 국산콩으로 직접 담근 된장과 절임류(무, 깻잎, 머우대)는 한국인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진다. 조선식당 2층으로 올라가면 루프탑 카페가 있는데 식사 영수증을 챙겨가면 커피를 할인해준다. 이곳에는 커피 외에도 허브차, 얼그레이 등 다양한 차가 준비돼 있다. 대청호의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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