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스핀자기장 시각화 기술 개발
기존 대비 100배 높은 해상도 자랑

세상에서 가장 작은 MRI 실험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세상에서 가장 세밀한 자기공명영상이 개발됐다. 원자의 스핀 자기장을 시각화하는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과 미국 IBM이 분자 수준을 기존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이상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자기공명영상은 병원에서 병을 진단할 때 주로 쓰인다.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스핀이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를 시각화하는 원리다. 병원의 자기공명영상기기 촬영에는 보통 수억 개 원자 스핀이 필요하다.

분자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 연구가 한창이지만 독특한 분자 구조 신소재나 양자소자 등 미시적인 자성 현상을 갖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별 원자 스핀 시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나노 구조물을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나노미터 수준에 그쳐 개별 원자를 또렷이 보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MRI 원자 관측 결과.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꾸준히 연구해 온 주사터널링현미경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아주 뾰족한 금속 탐침을 시료 표면에 가깝게 스캔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로 표면 원자를 보는 장비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 탐침 끝에 원자 여러 개를 묶은 스핀 클러스터(스핀을 띤 원자들의 집합)에 1~5개 사이의 철 원자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스핀이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성질에 착안한 것이다.

스핀 클러스터는 안정적인 탐침 원자와 달리 자기장을 띠어 시료 원자의 스핀과 자기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초고진공, 극저온 조건을 적용해 탐침이 시료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시료 원자 주변으로 탐침의 스핀 클러스터를 움직이며 원자 한 개를 시각화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표면 위 원자 하나와 스핀 클러스터 사이의 자기적 공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원자 한 개와의 자기적 공명 에너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분자 수준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원자 하나의 뚜렷한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했고 이는 세계 최초다.

연구진은 앞으로 개발된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이나 양자시스템처럼 복잡한 구조 속 원자 하나하나의 스핀 상태들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은 “병원에서 MRI로 사진을 먼저 찍어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듯, 물리적 시스템도 정확히 분석해야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 원자들의 성질을 스핀 구조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확인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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