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 군용기 'KADIZ' 무단진입 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5대가 23일 무단 침입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국가안보 목적상 타국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공중에 설정한 임의의 선을 말한다.

영공은 아니다.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가 진입할 때는 사전에 비행 정보를 통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은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KADIZ로 무단진입하고 있다.

이날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무선통신으로 경고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공역에서는 더욱 사전 통보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항공기가 KADIZ에 진입하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침입 사실을 알리고 퇴거를 요구함과 동시에 전투기가 출격해 대응한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타국 항공기가 침범했다고 해도 강제착륙 또는 경고 외에 격파사격 등의 조처를 할 수는 없다.

민간 항공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차원에서 설치·운용하는 비행정보구역(FIR)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군이 설치·운용하는 방공식별구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KADIZ는 1951년 6·25 전쟁 당시 미 태평양공군에 의해 제주도 남방 상공까지로 설정됐다. 그러다가 지난 2013년 12월 62년 만에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로 확대됐다.

동북아에서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갈등은 중국이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에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CADIZ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 상당 부분 겹치고 확대 전 KADIZ와도 일부 중첩됐다.

정부는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가 CADIZ와 JADIZ에 포함됐으나 KADIZ에는 빠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그해 12월 8일 KADIZ 확대를 대내외에 선포했고 12월 15일부터 새 KADIZ를 발효했다.

새로운 KADIZ는 기존 KADIZ의 남쪽 구역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인접국과 중첩되지 않은 '인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되도록 조정됐다. 조정된 구역에는 우리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영공, 이어도 수역 상공이 포함됐다.

당시 새로 편입된 KADIZ는 남한 면적의 3분의 2 수준으로 CADIZ 혹은 JADIZ와 중첩된다. 특히 KADIZ 확대로 이어도 주변 공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모두 겹치게 됐다.

군(軍)은 C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KADIZ-CADIZ 중첩 공역에 군용기를 보낼 때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있다. 한일 간에는 상대국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 등이 지나갈 때 30분 전에 비행 정보를 통보하는 절차가 있지만, KADIZ-JADIZ 중첩지역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 러시아 공군무관인 니콜라이 마르첸코 대령을 불러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토인 독도 상공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향후 동일 행위가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러시아 무관 "우리는 영공 침범할 의도는 없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다. 우리는 조사에 협조할 것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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