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마난과 노수도 만년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전만년을 황충에 비교하여 칭찬했다. 과연 황충은 어떤 위인이기에 그랬을까? 잠시 촉국에서 황충이 활약했던 모습을 살펴보자.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유비는 형주 점령에 이어 계양군과 무릉군을 쳐서 빼앗고, 다시 관우를 앞세워 장사군을 공략하고 있었다. 정벌군의 선봉 관우와 장사군의 용장 황충의 싸움은 용호상박의 격한 싸움이었다. 두 장수는 백 합이 넘게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다음날, 두 장수가 다시 불꽃을 튀기며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황충의 말이 발을 헛디뎌서 그만 황충이 말에서 떨어졌다. 관우가 다가가 청룡도를 번쩍 쳐들었다. 그러나 말의 실수에 편승한 승리는 의(義)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관우는 칼을 도로 거두며 황충을 향하여 말하기를

“얼른 진채로 돌아가서 다시 말을 바꿔 타고 나오너라!”

황충은 관우의 의사대로 성안으로 물러갔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관우가 칼을 내려쳤으면 자신의 목은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을 것이다. 황충은 진채로 돌아와 새 말로 갈아탔다. 그리고 다시 나가 관우와 맞붙게 된 황충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거짓으로 도망치다가 돌아서서 활을 쏠 심산이었다. 관우는 무작정 황충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황충이 갑자기 획 돌아서며 활을 쏘았다. 날아간 화살은 관우의 투구 끈을 뚫고 투구 언저리에 정확히 꽂혔다.

이에 깜짝 놀란 관우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황충이 자신의 투구끈을 쏜 것은 아까 자신을 죽이지 않은 데 대한 갚음 같았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의 머리를 꿰어놓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그날은 그렇게 싸움을 마치자 태수 한현은 즉시 황충의 목을 베라고 노발대발하며 명을 내리기를

“저놈을 당장 목을 베어라! 관우를 죽일 수 있었는데 살려준 역적놈이다.”

한현이 노대는 대로 가만두면 황충은 죽고 말 것이다. 이런 기묘한 판을 바라보던 젊은 장수 위연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그는 용력을 쏟아 부어 한현의 목을 당장 베고 황충을 구출했다. 그리고 위연은 황충과 함께 유비의 진영에 항복을 했다. 이에 황충은 태수 한현을 장사지내고 나서 억지 춘향격으로 유비를 섬기는 촉의 장수가 되었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위연과 함께 유비가 서촉을 평정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특히 유비와 조조의 한중쟁탈전에서 황충은 수십 년간 조조의 측근으로 활약하던 맹장 하후연을 활을 쏘아 죽이는 개가를 올렸다. 결국 유비는 조조로부터 한중을 빼앗아 한중왕으로 등극하고, 노장군 황충은 관우 장비 조운 마초와 함께 촉의 오호(五虎) 대장군이 된 명궁이 황충이다.

무술경연이 끝나자 철태궁을 전만년에게 선사한 마초의 종손 마난은 크게 만족하여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학원탁의 승인 아래 주인자격으로 잔치를 베풀어 유연일행을 위로하고 환영해 주었다.

‘학원탁의 준총과 마난의 대도와 철태궁은 모두 전만년의 차지.’

기연이었던가. 만년은 한나절에 완전 군장을 갖추게 되었다. 그것도 명마와 대도 그리고 철태궁까지 얻은 것이다. 원탁은 만년의 탁월한 무예시범을 구경한 후부터 유연일행에게 더욱 더 호의를 베풀었다. 하루는 원탁이 사냥가기를 유연에게 구하기를

“전하, 이제 사냥하기 좋은 계절이니 한바탕 산천을 누비며 호연지기를 길러 봅시다.”

“대왕이 사냥가기를 즐기시면 저도 따르지요.”

이와 같이 유연이 사냥가기를 흔쾌히 받아드리자 원탁은 곧 마난과 노수에게 알렸다. 원탁은 언제나 큰 일이 생기면 두 장수와 행동을 같이했다. 이번 사냥 길에서도 두 장수는 빠질 수 없어 장비를 갖추어 서쪽 숲에서 만나자고 원탁은 기별했다.

예정한 날이 되어 사냥터에 도착했다. 100여 명의 군사가 호각을 울리고 징을 치며 몰이를 하고 원탁과 유연일행은 그 반대편에서 말을 타고 활을 겨누며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몰이군의 함성에 놀란 짐승들이 이리저리 뛰어 달아났다. 그런 가운데 언덕아래 숲속에서 어흥~ 하는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사냥꾼들은 너도나도 긴장하였다. 그때 말만큼 큰 호랑이가 튀어 나왔다. 호랑이는 몰이꾼을 마주 보자 입을 크게 벌리고 어흥~ 하고 포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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