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500여명 은퇴 예정
“퇴직 이후의 삶 대안 부족하다”

내년까지 출연연에서 은퇴하는 과학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올해와 내년 출연연 은퇴과학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퇴직하는 과학자 총인원은 528명(올해 243명, 내년 294명)이다. 올해는 한국원자력연구원 44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42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33명,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각 15명 순으로 퇴직자가 많으며 내년엔 ETRI 55명, 원자력연 43명, KIST 20명, 표준연 18명, 생명연 15명 순이다.

전국적으로 약 9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면 일반 직장이나 공무원보다 정년이 더 긴 출연연과 대학을 포함한 과학기술계에서도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의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의 은퇴는 연구의 질적인 저하를 불러일으켜 연구 단절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출연연에 근무 중인 A 씨는 “과학자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이란 연구에 참여할 대안이 전혀 없는 황무지”라며 “대전시에서는 퇴직한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한계 때문에 본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재까지 퇴직한 과학자들의 이후 삶과 관련한 실용적 대비책은 따로 없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이나 각 출연연 별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으나 평생 연구에만 매진한 과학자들에게 창업이란 실질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분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많지는 않지만 중소기업기술지원이나 과학 관련 기구에 재능·지식 기부 등의 선택지가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도 기회가 많지 않다. 과학자들 스스로 개인 역량을 기르고, 은퇴 전부터 중소기업과의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 B 씨는 “과학자들이 갑자기 사업을 혼자 이끌어나가기엔 무리가 있다”며 “연구자가 개발해 낸 기술을 상용화시킬 수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를 찾아 연계해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은퇴 이전에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고 조언했다. 이어 “은퇴 직전의 과학자를 위한 단계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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