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가지 않겠다고 하던가요.”

“이유는 참, 억지로 데려 갈 수는 없고, 어머님이 좀 설득해주셔야 되겠네요.”

아내가 부랴부랴 달려간 곳은 아들 다니는 유치원. 그곳에서 버스를 타지 않으려는 아이의 고집스런 표정이 예사스럽지 않다.

“글쎄 정민이가 소풍놀이를 가지 않겠다며 버스를 타지 않네요. 평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인데….”

그날, 걱정스레 다가간 우리를 향해 아이가 토하듯 한 말.

“왜 우리가 일본나라 꽃을 보러가야 하나요.”

아이의 설명은 이러했다.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나쁜 일을 저지른 일본나라. 그래서 일본인의 꽃인 벚꽃놀이가 싫어 승차를 거부했다.

기자역시 반일(反日) 감정을 쉽사리 털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경직된 한일관계를 깨지 못하고 그 흔한 일본여행조차 선뜻 나서질 못했다.

아이의 벚꽃 사연은 꼭 30년 전의 일이다. 불쑥 이 사연이 떠오른 것은 악화일로(惡化一路)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일감정의 연상에서다.

최근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광복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반일 감정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다.

불매운동 방법도 다양하다. 유통업계는 일본 제품 대신 국산대체재 사용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애국마케팅’이다. 이 같은 ‘애국마케팅’은 국내기업의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거나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의회 윤형권·노종용 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경제조치에 대응해 ‘세종시 및 교육청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발표했다.

두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이 조례안을 제정해 앞으로 실태조사 등을 거쳐 전범제품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선포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일의 메시지가 최고도로 고조되고 있다. 모양과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반일 감정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여기서 분명한 공통점은 우리국민 모두 반일(극일 포함)의 DNA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국민이라면.

30여 년 전, 일본인의 꽃놀이까지 저항했던 아이의 ‘반일’은 자연스러움이었다.

“애야, 오늘은 벚꽃을 보고 더 예쁜 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더 좋은 꽃을 피워서 일본 꽃을 이기자.”

유치원 선생님의 이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더 좋은 꽃을 피워서 일본을 이기자는 극히 자연스런 해법을 준 것이다.

‘극일’의 공감. 그것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 대통령의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 천명에 힘을 보탠다. 우리 모두는 반일의 DNA 가 흐르고 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DNA가 녹아있다.

극일과 반일은 우리민족이 타고난 운명 같은 것. 우리 모두 힘을 합칠 때다. 우리의 반일 DNA는 한점 부끄럽지 않다.

 

서중권 세종본부장= sjg0133@ggilbo.cp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