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기 경제부 기자

 

 지난달 일본의 경제 규제로 온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일본 불매운동이 언론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았다. ‘NO 아베’,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을 외치며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곳들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애꿎은 상인에게 비난의 화살로 돌아가기도 하고, 일본 브랜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익명성 감시나 불매운동 강제적 권유 등 반일 감정이 극에 치닫고 있는 거다. 특히 이번 불매운동의 대표 브랜드로 낙인찍힌 유니클로의 경우 직원들과 방문객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유니클로 단속반’도 생겼다. ‘순찰 중 이상무’, ‘쾌적한 매장’ 등 실시간으로 감시하거나 이용 고객들을 향해 ‘매국노’, ‘친일파’ 등 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이 같은 행동들이 대전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유통업계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일본기업과는 상관없는 그저 일본식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 자영업자인데도 말이다. 생업을 삼고자 유명 브랜드의 가맹점을 차렸을 뿐인데 따가운 눈총이 소상공인에게까지 달하고 있는 거다. 자본비율이 어느 정도이어야 일본기업인지, 일본제품을 취급하는 지역 매장들은 과연 모두 불매운동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탓에 반일감정을 내세운 일방적인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기자가 만난 일본식 돈가스 프랜차이즈 점주와 고깃집 매장 주인의 사뭇 다른 반응만 해도 그렇다. 두 매장 모두 일본풍의 외식업체지만 일본기업과는 상관없다. 그럼에도 한 쪽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눈총을 받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일본식 음식점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무슨 차이일까 고민을 하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많이 알려진 프랜차이즈고 일본식 이름을 썼다는 이유인 것 같다. 근거 없는 소문이지만 한 번 퍼진 말이 불매운동까지 이어진 것 같다’는 한탄 섞인 하소연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불매운동이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의 상황을 모른 채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그래서 불매운동의 밑바탕에는 ‘냉정함’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매운동은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같은 한국인을 향한 비난이 목적이 아니다.

호기를 부렸던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차분하게, 냉정하게 대응해야만 이번 불매운동이 빛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이 다음에도 이런 불합리한 제재를 안 하리란 보장도 없고 제3의 나라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번 불매운동이 국민 서로를 향한 공격으로 변질될 것이 아니라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 외국에게 ‘한국인의 매운 맛’을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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