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어허~ 참으로 놀랍습니다. 장군은 귀신이 감당 못 할 큰 힘을 가졌소이다. 이런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다니 하늘의 위력이 아니고서 가당키나 한 일이겠소. 내가 듣기로 옛날 전국시대에 제나라 사람 맹분이라는 역사가 황소의 뿔을 잡아 뽑았다 했습니다만 그 힘도 전장군의 힘만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탁이 그리 말하자 마난 노수 올합대도 만년을 향하여 칭찬의 말을 한마디씩 보내고 이어서 마난이 다시 말하기를

“오늘은 경사스런 날이니 소장이 유연 공을 비롯한 여러분을 모시고 연회를 갖고자 합니다. 하오니 박주라 나무라지 마시고 제 영채로 왕림해 주시면 영광이겠소이다.”

“갑시다. 마장군의 술맛을 보러 갑시다.”

일동이 다 같이 감사의 말을 한 마디씩 하면서 마난을 따라 그의 영채로 향했다. 유연일행이 마난을 따라 20여 리를 왔을 때 길가에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당이 있었다. 규모는 작았으나 과거에는 그럴 듯하게 잘 꾸민 사당이었을 것 같아 보였다. 이것을 보고 궁금증이 동한 유연이 마난에게 묻기를

“마장군! 저 사당은 무슨 사당이오니까?”

“촉한의 제갈승상과 5호대장의 한분이셨던 마초 할아버님의 신주를 모신 사당입니다.”

유연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말에서 내려 유영과 만년에게 손짓하여 함께 사당 앞으로 걸어갔다. 현판에 조각된 글씨에 먼지가 쌓여서 희미하게 보였다.

‘원운진군지행사(元運眞君之行祠)’

“이와 같이 외진 곳에 어찌 사당이 있습니까?”

유연이 안타까워하며 물으니 노수가 대답하기를

“본래 이 근방은 아주 크게 번창했던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람살기가 어려워지자 폐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여기가 번창하였을 때 제갈승상과 마초진서장군의 신주를 모시고 춘하추동으로 제사를 받들어서 두 분을 추앙하였던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참으로 안타깝소. 세월이 무상하고 역사의 흥망성쇠가 눈앞에 전개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소. 마음이 너무 아프오. 내 눈과 귀에 아직도 크신 두 분이 살아계시는 것 같은데 사당은 저리도 폐허로 남았으니 말이오. 지난 날 촉나라의 부귀영화가 두 분이 이승을 떠났듯이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말이오.”

그렇게 말하는 유연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배어 있었다. 그때 나뭇가지를 흔들고 회오리바람이 지나갔다.

‘휘리릭~ 휘리릭~’

- 제갈량의 사당에 절하다

무상한 세월은 흘러가고 역사의 흔적이 먼지 속에 묻혔으나 그 혼의 영험함이 미심치 않은 것인지 한줄기 바람이 의미 있게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갔다. 이런 분위기를 이들은 다 같이 느끼는 것인지 한동안 깊은 감상에 젖어서 말이 없었다. 침묵이 이때처럼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서 감동으로 물결치게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이 느끼고 있을 때 제갈공명의 사당에 현액을 입술을 깨물며 바라보던 유연이 침묵을 깨고 감정을 실어 말하기를

“동지들, 우리가 이곳에 왔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소. 오늘날 우리가 이 사당을 만나게 된 것은 작은 인연이 아니라 생각하오. 나는 살아계신 두 어른을 뵌 것 같은 생각이 드오. 우리 함께 분향재배를 드립시다.”

유연이 일행을 향하여 말하자 먼저 유영과 만년이 즉시 대답하기를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런 궁벽한 곳에 두 분의 사당이 있었다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승상과 대장군님께 예를 차립시다.”

일행이 모두 다 합창이라도 하듯이 말하자 원탁이 그 일행을 대표하여 유연에게 말하기를

“우리도 함께 분향재배하여 크신 두 분의 덕을 잠시 추모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 몸 원탁과 마난 그리고 노수는 한실의 사람입니다. 더구나 마난은 마초장군의 손자입니다.”

일행은 사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당의 정면에 제갈공명이 앉아있고 그 곁에는 마초장군이 시립해 있었다. 유연은 두 목상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두 번 절하고 곡을 하며 염원하기를

‘제갈승상과 마장군의 영령은 들으소서. 이 몸 유연은 나라가 파멸을 당하고 사직이 무너져서 일행과 함께 목숨을 구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강지까지 왔습니다. 승상께서는 ’이화초흥(二火初興)하면 유인월차(有人越此)하고 이사쟁충(二士爭衝)하면 불구자사(不久自死)란 말씀을 마천루 봉우리 밑 바위에 새겨놓아 후일의 일을 예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미리 그에 대한 방책을 마련하시지 아니하시어 승상의 자손마저 주륙을 당하게 하시었나이까. 참으로 가슴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승상이시여! 이 유연의 앞날을 구천에서 보살펴 주시어 이 몸이 다시 한나라를 부흥시키게 하여 주옵소서. 저희가 안정이 되면 다시 예물을 갖추어서 찾아와 승상과 마장군의 영전에 제를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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