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 배움·실천 취지 잃고 방황
스펙쌓기 세태에 대학생들 외면
순수성 결여, 농촌 “달갑지 않아”

시대 변화의 탓일까. 여름방학이면 농촌으로 가서 부족한 일손을 보태며 실천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였던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이 요즘에 와선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배움과 실천이 만나는 생활 속 현장이던 농활이 그 취지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에 더해 농촌에서도 대학생들의 방문을 꺼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넉넉하게 잡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활은 대학생들에게 필수 코스로 인식됐다. 공부만하다 처음 해보는 농삿일에 밭을 매다 기절을 하기도 하고 생각 외로 익숙한 손놀림에 “땅 줄 테니 와서 살라”는 마을 어르신의 진심 아닌 진심 같은 농담까지, 농활은 대학생들에게 꽤나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을 갖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뇌리 속에서 시나브로 농활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오지를 경험하면서 봉사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고 나중에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과 달리 농활은 관심 저편에서 소외되고 있는 탓이다.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캠퍼스에서의 4년 생활을 마친 후 취업 전쟁이라는 또 한번의 거사(?)를 치러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화려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려면 봉사도 국내가 아닌 해외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전 A 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 씨는 “1학년 때 학생회에서 하는 농활에 참여했었는데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밤에 술먹고 놀다 온 기억만 난다”며 “사실 요즘 농활이건 해외봉사이건 진심으로 하는 사람도 많지도 않고 그냥 자기 돈 쓰면서 스펙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학생자치기구의 고민도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경쟁까지 해야 한다는 해외봉사와 달리 농활은 갈수록 학생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대전 B 대학 모 학과 학생회장은 “매년 실시하던 농활을 올 여름방학에도 예정하고 있었지만 참여 인원이 너무 적어 포기했다”며 “명색이 봉사활동인데 학생들의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어 학생회 차원에서 진행해 온 농활을 앞으로 계속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뜩이나 농번기 일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촌에서마저 이제 더는 대학생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학생들이 순수한 농촌 봉사를 위해 현장을 찾는다기 보단 부족한 봉사시간을 이수하려는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효율성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농활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농촌 현장 일부에선 오히려 학생들이 없느니만 못하다는 한탄도 나온다. 한 때 대학생들이 농활 현장으로 자주 찾던 충남 태안의 한 마을 관계자는 “정말 땀흘려 성실하게 일손을 돕는 학생 찾기가 힘들다”며 “시간 때우기 식으로 어느 정도 하다가 저녁엔 단합하는 시간 갖는다며 술 마시고 다음 날에 무슨 일을 하겠냐.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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