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고초에 대한 치료도 암 치료 한 부분 / “환자가 자주적 치료 선택권 갖는 게 첫 걸음”

<속보>=암환자들이 정신적 고초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치료 선택권이 환자 스스로에게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요양병원, 보험사 등이 치료 범위를 일방적으로 제시 또는 판단하거나 의사의 치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해 정작 환자 자신들의 자주권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보 8월 7일자 1면 보도>

대전 서구 소재 한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 씨는 직장암 말기 환자다. 모순되게도 그는 ‘치료’를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한다. 그가 지목한 가장 큰 고민은 항암과 같은 신체적인 치료와 다른 개념이다. 바로 ‘정신적 치료’다. A 씨는 “암 판정을 받은 지 5년째라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예전엔 정신적 스트레스가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행운의 총량 법칙처럼 딱 그때 밝았던 만큼 고통스러운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처음엔 그저 우울감에 휩싸여 있어 의사가 하라는 대로만 했다. 의사의 최우선적인 선택을 따르고 지독한 항암을 계속하다보니 점점 녹슬어가는 내 몸과 정신을 견딜 수 없어졌다”며 “심평원과 보험사가 제시하는 ‘직접적 치료’의 기준에 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암환자들은 끊임없는 정신적 고초를 겪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가장 크고 기본적인 문제는 환자의 자주적 치료 선택권과 정신적 상담치료다”고 주장했다.

암환자들이 받는 치료와 그에 대한 중요성은 환자들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환자를 제외한 의료기관과 같은 관련 기관이 결정하는 문제기 때문에 환자들은 그를 이기기 위한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과 정신이 꼭 필요조건으로 따라온다. 같은 병원에 입원해 유방암을 치료하고 있는 B 씨도 이에 동의한다.

B 씨는 “정신적 버팀목을 스스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암 치료에 대한 선택권을 환자 스스로가 잡고 있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주는 정보는 극히 한정돼 있고 결국 신체적인 치료 범위 밖에는 제안해 주지 않는다”며 “암환자에게 필요한 재활치료는 정신적인 치료다. 암이라는 질병과 함께하는 나날 중 괴롭고 힘든 순간순간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암이 완치된 후더라도 앞으로 삶을 어떻게 계획해 나가야 하는지 정신적 도움을 줄 상담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처럼 무서운 병을 견디고 있고 또 견뎌낸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줄 정신과 전문의가 병원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해당 병원에 없더라도 상담치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기관과의 연계가 돼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고 바랐다.

이는 비단 암환자 개인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암환자 관련 단체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하는 대목이다. 암환자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치료 기준은 다양하다”며 “암을 잘 이겨내고 있는 환자도, 죽음을 앞둔 환자도 심리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의 개선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