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생이모작센터 통해 바뀐 은퇴 인생
'과학커뮤니케이터'로 미래의 과학자들 키워

 
 
 
 
 
과학커뮤니터들이 중앙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과 과학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이공계 관련 전문직에서 은퇴한 중년 중 대전인생이모작센터의 교육을 통해 과학을 쉽게 전달하는 하도록 돕는 이들로 내년엔 중학교 자유학기제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현호 기자

'4차산업혁명특별시'라는 명칭에 맞게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가는 대전 내 대덕특구 연구진들 상당수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떠나고 있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다. 대전시는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에 발맞춰 최근 몇 년간 고경력 은퇴인들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취업교육을 지원하는 중이다. 그러나 출연연에 몸담고 있던 연구진들은 일반인들과 분야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생 제 2막을 열어줄 과학기술인 대상 취업교육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 은퇴자들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은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 레크리에이션이나 치매전문요양보호사 등 사회복지분야에 한정돼 있다. 대덕특구가 존재하는 대전의 지리적 특색과 고경력 과학기술은퇴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 맞춰 취업지원 역시 주파수를 다시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대전인생이모작센터를 통해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는 구자일 선생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가 발을 들인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고경력 과학기술은퇴자를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적이고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있는 과학커뮤니케이터 구 선생에게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경력 은퇴과학자의 재취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
언제부터인가 ‘과학’이나 ‘기술’하면 어렵고 난해한, 전문가들의 분야로만 생각돼 대중들과의 접근성이 제일 떨어지는 분야로 치부되고는 했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고학력자들만의 리그’랄까.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모든 것들이 과학기술의 힘으로 빚어진 것들 아닌가. 어렵게 느껴질수록 삶에 더 가깝게 다가서게 만드는 과학은 나라의 번창을 이끄는 개척자 역할을 한다.

구 선생은 “과학은 상상력이에요. 크게 어려운 기술이나 어려운 화학공식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에요. 상상은 모든 시작의 뿌리이고 과학기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의 시발점이지요. 상상은 허황되지만 않으면 좋은 겁니다”라며 “그 점에서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넓히게 도와주고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경험을 늘리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쁩니다. 미래의 과학기술계는 더욱 더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전망했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의 여파로 자주적인 국내 기술을 모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이 때, 이미 가동되고 있는 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도 모자른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비행기 그림을 가위로 오리고 머리에 플라스틱 빨대를 비비면서 정전기에 대한 아주 사소한 실험들을 가르치는 게 현재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렇지만 모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소위 ‘나라의 새싹들’이라 불리는 어린이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기술들은 이러한 작은 실험과 순수한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구 선생은 “평생 어려운 연구만 해오던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알기 쉽게 과학을 설명하는 건 아주 어렵죠. 그래서 이번에 과학커뮤니케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한 13명의 이·공계 석·박사 출신 은퇴과학자들은 약 10주간의 소통교육을 받았어요”라며 “저번 주에 끝난 과학 커뮤니케이터 프로그램은 반응이 좋았고, 현재 중앙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실험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요”라고 뿌듯해 했다.

◆재취업으로 지자체에 인력 환원
고단한 일 없이 쉴 수 있는 노후를 꿈꾸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서도 구 선생은 ‘알아듣기 쉬운 과학 실습’을 주제로 아이들과의 교류를 멈추지 않았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일반인이 과학·공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역할로 대전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주력 사업인 50+경력개발사업(성장지원)에 속한다. 이는 50+세대의 재능과 능력을 개발해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구 선생을 포함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하루에 약 4시간씩 석달에 걸쳐 교육을 받았다. 전문 교수를 모시고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한 후 대전인생이모작센터의 도움을 통해 취업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구 선생은 이런 이모작센터에서의 취업연계 교육과정을 지역사회의 투자라고 말한다.

구 선생은 “우리 같은 이·공계 은퇴과학기술인들은 어떻게 보면 대전시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 과학기술인들이 노력해 쌓았던 커리어를 또 다른 현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능을 환원하면서 시와 어린 과학자들의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대전인생이모작센터의 프로그램들은 지역사회에 인력을 재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학교에서 이론적으로만 배우고 잘 가르치지 않았던 과학의 재미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학교에 창의적재량활동이라든지 기회가 따로 없으면 쉽고 재미있는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학교에선 자유학습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중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직접 찾아가 강의와 실습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아이들의 나이에 맞춰 수준을 조절하고, PPT를 만들어 중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함께 느껴볼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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