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체해결제’ 도입···교사 “학생 처벌 신중해야”

경미한 학교폭력 처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학교자체해결제’가 내달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선 반응이 시큰둥하다. 교사들의 기준에서 학폭의 기준이 모호한 탓에 섣부른 판단으로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학교의 교육력 회복을 골자로 한 학교자체해결제 도입안(9월 시행 예정)을 발표했다. 학교자체해결제는 교육적 관여를 통해 학생 간의 바람직한 관계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의 학폭 사안은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그간 학교 현장에서의 학폭 대응절차가 교사의 교육적 해결의지를 약화하고, 예방과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자체해결제 시행을 앞둔 현장의 분위기는 달갑지 않다. 교사들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경미한 학폭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한 것이지만, 처벌을 내리기에는 학폭 기준이 모호하고, 더욱이 최근 학폭이 언어폭력, 사이버 불링 등의 보이지 않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학교장과 교사 차원에서 학폭에 대한 처벌을 내리기가 곤란한 탓에서다.

대전 A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정의를 내리기에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 그렇기에 학폭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도 사실상 난감하다”며 “학교자체해결제를 시행하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학생 간의 가벼운 문제의 경우 교육적으로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처벌을 할 수 없다.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학교장 관점으로 학폭을 종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골칫거리다. 어느 정도의 학폭을 학교장 관할로 처리할 것인지, 학폭 종결 후 해당 사안이 재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대전 B 중학교 교장은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 간의 가벼운 다툼으로 발생한 문제를 학교자체적으로 중재해 교육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매뉴얼 처리과정에 맞춰 학교 자체적으로 학폭을 종결한다고 해도 경미한 학폭은 정의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뒤따르는 문제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제도가 시행되는 것과 별개로 학교와 학부모, 학생 간의 기본적인 신뢰가 우선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폭 기준은 피해학생이 2주 이상의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 피해가 즉각 복구된 경우 등 4가지를 기준으로 나눠 관련 법령에 명시돼 있다”며 “학교자체해결제를 앞두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은 학폭 담당교사 연수를 통해 안내했고, 학폭 대응과 관련된 다른 여러 매뉴얼은 현재 교육부에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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