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축복 같은 사랑.
행복합니다. 남겨진 우리사랑 지킬 수 있어서…
준영아. 사랑하는 내 준영아.
기다릴게. 우리 만나 다시 함께할 그날을 기쁘게 기다릴게. -슬픈연가 대사중-

4구간 슬픈연가 촬영지의 키워드는 그리움이다. 늦여름의 대청호,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 불어올때 우리는 또 눈부신 여름날의 풍경을 추억하겠지.

 

4구간 슬픈연가 촬영지 풍경

 

가을 문턱에서 대청호오백리길 호반낭만길(4구간)을 찾았다. 한없이 앙상하던 나무들에 녹음이 가득 내린 4구간을 걷고 있노라면 이곳이 왜 호반낭만길이라 불리는지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새들의 지저귐도, 바람에 제 몸 못 가누는 풀잎들이 부딪치는 소리도, 멀리 보이는 산들과 이 곳의 주인인 대청호까지. 그 공간 안에 있노라면 자연스레 감정의 파도를 맞닥뜨리게 된다.
호반낭만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출사(出寫)를 다니는 장소, 슬픈연가 촬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잘 닦인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람에 밀려 땅을 치는 대청호의 움직임이 귀에 닿는다. 잔잔하지만 쉼 없이 움직이며 생명을 공급하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여름이 지나감을 슬퍼하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웃음소리를 친구삼아 편안히 걷다보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에 설치된 네모난 프레임을 들여다보면 드넓은 대청호와 파란 하늘, 저 멀리 하늘을 향하는 산들과 중간에 놓인 작은 섬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손으로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어 내던 과거 영화나 TV 속 감독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한순간 예술가가 된 듯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흰구름 덮인 호수 풍경

그러나 이 전망대는 본편 전 상영되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목적지인 슬픈연가 촬영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은 상황.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난 흙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어떤 명장면이 펼쳐질까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슬픈연가 이후로도 역린, 7년의 밤, 창궐 등의 많은 영화가 촬영됐다는 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인 만큼 ‘혹시’라는 불편함은 저 멀리로 던져버려도 된다. 날지 못하는 인간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에 도착하면 ‘역시’가 떠오른다. 푸른빛의 대청호와 그 위에 떠있는 외롭고도 신비로운 섬, 저 멀리 보이는 하늘과 구름, 아늑히 보이는 이름만으로도 웅장한 백골산 등의 장관이 펼쳐지는 까닭이다. 인근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이래서 사람은 자연을 찾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에 포근함이 차오른다.

추동습지구역 데크길

 

이제는 추동습지보호구역을 향한다. 가을을 앞두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은 반소매가 당연한 날씨 속에 제법 걸었던 탓일까, 더위가 느껴질 즈음 대청호를 넘어온 시원한 바람에 다시 힘을 얻는다. 추동습지보호구역은 ‘보호구역’이라는 데에도 의미가 있지만 억새와 갈대의 환상적인 화음만으로도 보는 이의 마음을 훔친다. 아직은 제철이 아닌 탓에 연둣빛이 강하지만 다시 이곳을 찾을 가을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멀리 보이는 파란색 건물, 대청호취수탑도 부조화 속 조화인 듯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데크길을 따라 큰 도로로 나오면 생태습지와 연못, 실개천, 야생초 화원 등이 조화를 이룬 대청호자연수변공원도 만날 수 있다. 풍차와 정자, 원두막 등이 조성돼 볼거리와 쉴거리를 모두 제공한다. 야간이면 설치된 조명으로 인해 야경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끈다.
대청호자연수변공원을 벗어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운동시간이다. 추동취수탑을 지나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울창한 산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청호반을 바라보고 있는 황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황새바위’와 거북이바위를 만나고 시골느낌 가득한 연꽃마을을 지나면 4구간 종착지인 신상교가 나온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조길상·송승기 기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추동습지보호구역
대청호자연수변공원
수변공원내 연꽃과 풍차가 길손들을 반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