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대흥동성당 조정형 씨, 22일 마지막 타종

 
 
대흥동성당 종지기 조정형 씨

“내 종소리가 여러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더 아름답게 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성당의 종지기로 살아온 그가 삶의 일부였던 타종(打鐘) 일을 손에서 놓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고동락(同苦同樂)해 온 종과 작별한다.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50년간 종지기로 봉직해 온 조정형(73·세례명 프란치스코) 씨 얘기다.

천주교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는 조 씨가 오는 22일 오전 10시 주일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설립된 대흥동성당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정확히 50년 전인 1969년 종지기 생활을 시작한 조 씨는 반세기의 세월을 대흥동성당과 함께해 왔다. 평일은 하루 두 차례, 주일인 일요일은 하루 세 차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종을 쳐온 그의 삶은 성당의 종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것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혼탁해진 세인(世人)들의 마음에 은은한 평화의 메아리가 된 대흥동성당의 종소리는 대전 원도심의 상징과도 같다. 조 씨가 울린 종소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녹음된 종소리가 아닌 실제의 타종 소리였다는 게 대전교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120개의 종탑 계단을 걸어 올라 성호(聖號)를 긋고 기도한 후 어김없이 시간에 맞춰 종을 울려왔다.

대흥동성당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타종을 전자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모아 그 시점을 설립 100주년에 맞췄다. 이에 22일 조 씨의 마지막 타종을 끝으로 대흥동성당의 타종 방식을 전자식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기존 3개의 종에 더해 8개의 작은 종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해 연말부터 다시 타종할 계획이다.

은퇴 후 대흥동성당 박진홍 신부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올 계획인 조 씨는 “그동안 꾸준히 일해 온 것 자체가 보람이고, 이제 내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라며 50년을 이어온 타종을 멈추게 된 소회를 엄숙하면서도 은은한 성당의 종소리처럼 담담하게 피력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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