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애써 자신의 근심된 것들을 감추고 의연해 보이려고 했다. 그러자 장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종알대어 응답하기를

“장군 염려 마십시오. 죽도록 싸워 반드시 승리의 영광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잘 이해했다. 이제 우리는 전진만이 살길이다. 가라!”

등애는 2천군마를 거느리고 도보로 행진하여 별빛이 빛나는 밤에 강유성을 무찌르러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하여 촉국을 정복했던 것이다.

이야기가 등애 때문에 길어졌다. 유연이 깊은 결의를 담아 기도를 마치자 원탁이 무릎을 꾼 채로 경건하게 말하기를

“진실로 제갈승상은 사람 중에서도 특출하게 빼어난 용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군계일학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능히 앞날을 알아 적어 두기까지 하였으나 이를 막을 또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은 천수를 헤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라노니 유연전하께서는 성령(聖靈)의 가호를 받아 크게 일어나 조국의 원수를 갚고 한나라의 기업을 중흥시키십시오. 내가 요량하기는 명운이 다시 전하에게 돌아온 것 같습니다.”

원탁이 말을 마치자 마난이 더하여 말참견을 하기를

“만약 유연전하께서 기병하신다면 제가 앞장서서 모든 군마를 이끌고 참전하겠습니다.”

“고맙소. 마장군! 장군의 격려가 크게 힘이 될 것이오.”

유연은 그리 대답하고 어금니를 꼭 깨물고 일어나 사당 밖으로 나와서 마난과 그 일행에게 여러 번 치사의 말을 보냈다. 원탁을 위시한 모든 사람들이 마난의 영채에 당도하여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시며 한나라의 부흥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마음이 하나가 되자 원탁이 자기 군사 1만을 유연에게 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마난과 노수도 말하기를

“나 마난도 5천군을 드리겠소.”

“저도 5천군을 유연 전하께 드리겠소.”

노수도 5천군을 내놓자 유연은 당장 2만군을 갖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세 사람은 유연으로 하여금 유림천을 근거지로 삼아 영채를 세워 독립하라고 권했다.

다음날 올합대는 원탁의 영에 따라 2만군이 쓸 수 있는 군복과 갑옷 그리고 양초를 조발하여 유연에게 주었다. 유연은 2만군을 거느리고 원탁과 마난 그리고 노수의 환송을 받으며 올합대의 인도를 받아 유림천을 향하여 행군했다. 3일 만에 유연은 올합대의 인도로 유림천에 당도하였다.

올합대가 임무를 마치고 귀대하자 유연은 2만군을 일사분란하게 지휘 통솔하여 임시숙소를 마련했다. 뜻깊은 유림천에서 하루 밤을 보낸 유연은 동지들을 모아 놓고 숙의하기를

“우리는 오늘에야 비로소 2만군과 둔병할 유림천을 갖게 되었소. 이곳은 바로 우리의 기업을 이룩할 곳이니 여러분과 함께 지세를 잘 살펴보고 땅을 가려서 영채를 세우고 싶소.”

유연은 만년에게 2만군을 통솔케 하고 참군 포청을 데리고 높은 산 위에 올라 일대의 지세를 살펴보았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산천이 수려하고 초목이 무성하며 드넓은 벌판이 기름지게 보였다. 사방 100 리를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서 분지를 형성하였다. 기름지게 보이는 들판을 유림천이 뱀처럼 가로질러 흘러가니 가히 기업을 이룩할만한 터전이라 생각되었다. 유연은 두루두루 살펴보고 나서 기쁜 얼굴로 말하기를

“이곳은 생식지(生息地)구려. 어찌하여 이런 천혜지지(天惠之地)가 여태까지 비어 있었단 말인가.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드는구려.”

유연이 크게 기뻐하자 곁에 있던 포청이 아뢰기를

“아마도 하늘이 전하를 위해 남겨놓았을 것입니다. 참으로 큰 뜻을 품고 웅거할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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