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당당히 등록문화재 169호였다는 사택은 1930년에 지어졌다고 했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사택이었다고 한다. 사실 정확한 기록은 없어서 이 지역에 살던 일본인이 대전에 찾아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는 대전전기주식회사 사장이 살았던 건물’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대전사범부속학교 교장사택으로 쓰였단다. 집요하게 대전사범학교가 뭔가 찾아봤더니 충남고등학교였다. 대학교육없이 사범학교만 졸업하면 선생님이 되던 시절이 있었고 그 학교는 해방 후 충남고등학교가 됐다.

부속학교라는 것은 그 학교에 딸려있는 초등학교를 말한다. 그래서 또 살펴보니 중앙초등학교였다. 현대식으로 다시 말하면 대전중앙초등학교 교장사택이었다. 도청 뒷골목을 한참 올라가는 언덕 위에 있었던 집이었다. 위치가 좋아 도청너머 대전역까지 한눈에 보였다고 했다. 글 멋좋은 한 기자는 식장산에서 뜨는 광활한 태양이 보이고 계룡산으로 지는 석양이 보이는 언덕이라고 말했다. 어느 곳으로도 막혀 있지 않은 덕에 겨울에 오지게 춥고 여름엔 시원했다고 한다. 1954년 해방이 된 후에는 성결교회 선교사 부부 엘마 길보른(Elmer Kilborun)이 매입해 부인의 이름을 딴 루시모자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후 동양선교회 박영애 전도사가 맡아 운영했다. 그 후 아들 임동혁 목사가 관리했다. 성산교회 소유이며 최근까지 목사님 사택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사택 뒷문을 열면 호수돈여고가 코앞에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1년 12월 불타고 말았다. 어떻게 손쓸 틈도 없이 불에 타 버렸다고 한다. 난 소식도 몰랐지만 가본 적도 없다. 심지어 이름도 몰랐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자리는 있을까. 그래도 문화재인데 복원이 됐을까. 곧 찾아가 보겠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화재 당시 거동이 불편한 91세의 임 모 목사가 불길 속에서 다행히 구조됐다고 나오는데 아마도 임동혁 목사님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주인은 구하고 대전을 떠난 기특한 건물이라고 칭찬해줘야 할까. 그리고 찾아가니 그 곳엔 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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