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기자
올 여름 더위만큼이나 공주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것은 ‘죽음’이다.
 
지난 8월 한 달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어두운 기운이 공주를 강타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경기불황과 신변비관, 가정불화, 지리적 베르테르 효과 등으로 모두 7명이 투신을 시도해 2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졌다.
 
안타까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자 소방당국은 부랴부랴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지만, 시민단체들까지 자발적으로 나서 끼니조차 굶어가며 구조에 나섰지만 행정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특히 잇따르는 자살소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서야 할 보건당국은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구체적인 자살 장소 언급 등 보도 자제를 요청해온 곳도 공주가 아니라 대전정신건강복지센터였을 정도로 공주시보건소는 아예 뒷짐만 진채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통계만 놓고 보더라도 보건소와 담당부서인 건강과의 자살예방 대책은 요란만 떨었지 실속은 없는 셈으로, 자살을 방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2위라는 점에 비춰 공주시의 자살률은 가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개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공주시의 2017년 연령표준화자살률은 28.1명으로 전국 평균인 24.3명보다 높고, 충남도 평균인 26.2명보다 높다.
 
더구나 충남도내 자살률이 ‘전국 최고’라는 불명예 속에서도 타 시·군의 경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공주시는 26.5명에서 28.1명으로 외려 늘어 자살예방사업 우수기관 선정 및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앞둔 도시로서의 면모를 무색케 하고 있다.
 
중부권 정신건강 거점 의료기관인 국립공주병원과의 유기적인 연계협력 체계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지리적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죽음의 도시’ 또는 ‘자살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데도 절박성조차 없어 보인다.
 
사람 키 높이의 투명플라스틱 교량난간과 그물망을 설치하고, 고성능 감시카메라 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책무조차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또 정작 중요한 법과 제도 그리고 예산지원 측면에서의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살예방 대책은 내놓지 않아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명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직면해 있다.
 
공주시청 전 부서가 머리를 맞대 내놓은 금융 취약계층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을 통한 경영안정 도모, 사례관리를 통한 마음치유 프로그램 운영, 활기찬 노년생활을 위한 독거노인 친구 맺기, 생명존중 교육프로그램 운영 및 힐링 공연 개최 등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17개의 협업과제도 지켜볼 일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부서 간 협업체계도 갈피를 못 잡고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모양새여서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차제에 공주시 또한 ‘심리적 부검’ 제도 도입과 같은 자살의 사회적·공적 책임을 공론화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유서 등 모든 활용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자살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이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합적인 문제로 보고 정신의료적 측면과 사회문화적 측면, 가치관적 측면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
 
과도한 학업부담과 입시경쟁,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경기불황, 고용한파와 실업률 증가, 이혼율 증가,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 심화 등이 ‘자살공화국’의 오명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정부를 비롯한 우리사회 전체가 풀어야할 숙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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