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했던 중세인들

 

 중세의 명화들을 자세히 보면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관심이 일어나 독일체류 때 몇 권의 흥미 있는 자료들을 모았는데, 그 중에는 중세의 개와 사냥에 관한 논문도 있다. 근데 동물 사랑과 학대는 이 시대에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동물재판'까지 한다는 사실은 좀 놀랍고, 좀 믿기지도 않기에 미리 참고자료들을 밝힌다. 프랑크푸르트의 독문학 교수였던 헬무트 브락커르트 박사, 함부르크 대학의 스포츠학 교수인 카타리나 피에트쯔, 중세사학자인 로베르트 데로르트, 중세/근세사 교수인 프랑크 마이어 박사, 구약성서신학자인 실비아 슈로어 교수등의 저서들을 중심으로 풀어보고, 중세사가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페터 딘젤바허 교수의 저서는 인용문을 통해서 언급한다.

먼저 코끼리 얘기를 보자. 코끼리는 중세 때 왕과 교황들의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했던데, 교황 레오 10세(1475~1521)는 너무나 사랑하던 코끼리 '하노'가 아프자, 금가루를 먹일 정도였단다.

그는 당시 바티칸에다가 코끼리는 물론, 사자, 원숭이 길들여진 표범, 앵무새, 카멜레온 등등을 소유했다고. 그는 또 1513년 10월 2일 사자를 데려다 준 이에게 6 골드두카텐(Golddukaten), 1514년 6월 29일 헝가리서 온 곰 한 마리 값으로 18 골드두카텐을 지불했다는 기록도 있다. 15세기 중엽의 바이에른 지방의 귀족인 지그문트는 정치를 하는 것보다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고.

다음은 740년경의 개 사랑 얘기다. 당시에는 개를 죽이면 6헬러(Heller 돈 단위)의 벌금을 물었고, 789년에는 벌금이 더 올라서 자그마치 40~60 헬러였다고 하는데, 개 한 마리 죽이고 이 정도의 벌금까지 물었다니 개가 귀했을까? 아님 진정한 동물사랑 차원이었을까? 빠질 수 없는 얘기 중의 또 하나는 개사랑이 유난했던 칼 대제(768~814)에 관해서다.

그는 늘 개를 성당에 데리고 들어가, 가톨릭 미사 참례를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포기는 다름 아닌 개를 성당 안으로만 안 데리고 들어갔을 뿐, 개를 미사 중에 잘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두었다는 거다 만약에 일반인이 이렇게 했다면, 당시의 종교심을 고려하면 '미사 중에 감히!' 하고선 아마도 신성모독죄로 걸렸을 듯하다.

그의 딸이 남긴 일기를 보면, 이 칼 대제는 부인도 참 많이 두었던데 개까지 지나치게(?) 사랑했다니 에너지가 넘치는 왕이었나 보다. 10세기엔 후베르르투스라는 성인얘기다. 사냥 중에 사슴 뿔 위에 광채 나는 십자가의 영상을 보고나선 회심하여 성인이 되었다. 후에 그는 개의 수호성인이자 모든 동물들 그리고 특히 미쳐 날뛰는 개의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또 푸줏간의 수호성인도 되었다.

후에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딴 후베르투스라는 검은 개를 사육하였고, 프랑스 왕이 이 개를 6마리나 아주 비싼 값으로 사갔다고 한다. 11세기의 '그레이 하운드' 개의 값이 노예 한 사람 값으로 팔릴 정도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과 개 값이 동일했다니 이것은 좀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출처: '기독교 사상'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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